[시인의 연인]귀천

권성훈

발행일 2017-06-12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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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1930~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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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어쩌면 시인들은 존재 본질을 탐구하는 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땅에는 존재하지 않는 저 너머 초월적인 세계를 들여다보면서 그곳이 우리가 왔던 곳이라고 생각한다. 시인이 상상하는 인간은 누구나 무한한 시간 속에서 유한한 시간 속으로 소풍을 나온, 어린 아이라는 점이다. 또한 '새벽빛에 스러지는 이슬'과 같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그런 삶을 살다가 간다. 소풍을 나온 이상, 이왕이면 즐겁게, 행복하게 인생이라는 "아름다운 이 세상"을 보내야 한다. 외롭고 쓸쓸하고 고독한 당신의 한 때도,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듯이 지금 이 순간을 후회 없이 보낸 자만이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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