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다당제의 함정

최창렬

발행일 2017-06-14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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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 반영 못한다면 정치권 재편 유인 커질 수밖에
한국당 제외 야당들 캐스팅보터 존재감 과다 노출
現 정당체제 시민사회 균열 반영하는지 성찰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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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육대학원장
인수위 없이 취임한 문재인 정권에 걱정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기대 이상의 성공적 출범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는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가 84%를 기록하는 등 역대 정권 중 가장 높은 지지를 기록한 데서 잘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개혁과제 수행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성에 대한 의구심때문이 아니다. 개혁의 먹구름은 지금의 정당체제에 기인한다. 문재인 정부는 내각 구성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내각 구성 뿐만 아니라 현재의 정당체제에서 원천적으로 집권세력의 청사진을 펼치는 데 한계가 있다.

칸트가 말하는 이상정치가 없는 것은 아니나 정치는 세력간의 쟁투이며 권력투쟁이 정치현상의 본질이다. 물론 마키아벨리나 국제정치학자인 모겐소(H. Morgenthau)류의 현실정치적 관점이다. 정치란 이상과 현실의 조화이고, 명분과 실리의 양극에서 접점을 찾는 작업이지만 역시 정치는 권력현상을 배제하고 논할 수 없다. 촛불혁명에 의해 탄생한 정부라 해도 예외일 수 없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정당체제의 동학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현재의 정당체제를 다당체제라고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다당체제란 양극단에 위치하는 패권세력인 거대정당이 적대적인 공존 논리로 정치적 기득권을 독점하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사회의 다양한 갈등이 정당체제에 반영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념간의 간극을 메우고, 양 극단의 분극적 이데올로기를 조정하는 역할로서의 다당체제일 때 의미가 있다.

그러나 지금의 정당체제는 제3당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다당체제의 의미를 내포하지 않는다. 다당체제는 거대 정당에 의해 대표되지 않는 사회적 소수 또는 특정 계층의 이해를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여당과 제1야당을 제외한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특정 계급이나 계층을 대표하는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고 보기 어렵다.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정당의 이합집산의 차원에서 특정 지역의 지지를 기반으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했으며, 바른정당도 탄핵정국에서 정치공학적 요인에 의해 당시 새누리당에서 분당했다. 정당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창당과 소멸 과정을 반복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유불리와 정략적 차원에서 정당체제가 형성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당의 일체감이나 이념적 정체성이 수반되지 않는 정당체제의 빈번한 변화는 시민사회의 균열을 제대로 반영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정당체제에서 정당의 빈번한 이합집산은 거대 정당에 의해 대표되는 카르텔 구도의 혁파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음은 물론, 여소야대 정국은 행정부와 의회의 빈번한 마찰을 야기한다. 분점정부(divided government)를 의미하는 여소야대는 1987년 민주화 이후 보편적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문제는 여소야대가 국정 교착의 주된 원인으로 작동한다는 데에 있다. 대통령이 의회와 수시로 소통하고 이해와 설득을 구하는 정치문화가 일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소야대는 정권의 이념적 지향과 무관하게 여야의 극한 대립을 야기했다.

여소야대에서도 집권세력이 야당의 의사를 존중하고 국정의 동반자로서 파트너십을 유지해 나간다면 국정의 교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역대 정권의 지도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야당과의 소통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촛불시민혁명에 의해 가능했으며, 사회적 격차와 경제적 양극화가 고착화되는 사회구조의 혁파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에 직면해 있다.

비록 총선에 의해 구성된 정당체제라 할지라도 민의를 제대로 반영해 내지 못하거나, 다당체제의 의미를 살려나가지 못한다면 정치권의 재편에 대한 유인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정당 내 다양한 이념적 분포를 보이고 있는 국민의당, 바른정당도 새로운 각도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당들은 캐스팅 보터로서의 존재감 부각이라는 정치공학적 요인에 과다하게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정당체제가 시민사회의 균열을 제대로 반영해 내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여야 모두에게 긴요하다.

/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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