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섬마을 학생들

이진호

발행일 2017-06-15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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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시간 통학 도심지 학교 다닌다는 이유로
농어촌특별전형 혜택 못받는 중·고생 50명
불리한 교육 출발점 보완 공정한 기회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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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어떤 사람만 출발점이 다르다면 그건 공정한 경주가 아니다."

미국의 철학자 존 롤스(John Rawls)는 "능력 위주라는 개념에 걸맞으려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재능을 개발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형트랙에서 벌어지는 장거리 육상경기의 경우 경기장 특성상 동일 선상에서 출발하면 같은 속도로 뛰더라도 바깥 가장자리에서 출발한 선수는 더 먼 거리를 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원형트랙 출발선은 같은 거리에 맞추도록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갈수록 앞으로 내놓는다. 우리나라 교육제도에서 대학 입학 시 제공하는 농어촌특별전형은 '원형트랙 육상경기 룰'과 비슷한 사례다.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수험생집단의 특성을 고려해 학교 소재지, 재학 기간, 학생 거주지, 거주 기간 등 최소한의 자격 기준을 '대학입학전형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원외로 농어촌지역 학생을 모집한다. 모집 유형은 두 가지다. '유형Ⅰ'은 학생 본인이 농어촌 소재지 학교에서 중학교 입학 시부터 고등학교 졸업 시까지 교육과정을 이수할 것과 함께 부모가 농어촌 지역에 거주해야 한다. '유형Ⅱ'는 학생 본인만 농어촌 소재지 학교에서 초·중·고 전 교육과정을 이수할 것을 요구한다. 농어촌지역은 관련법에 따라 읍·면, 도서·벽지를 원칙으로 한다. 까다로운 규정은 몇 가지 더 있다. 농어촌 특별전형 자격을 학생의 소재지가 아닌 학교로 제한한 것은 농어촌지역이라도 접근성이 좋아 시내 학교로 통학하는 경우 도시의 교육인프라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취지 때문이다.

인천 옹진군 북도면 학생들은 '도서'지역에 살면서도 농어촌특별전형 혜택을 받지 못한다. 신·시·모도와 장봉도 등 4개의 섬으로 구성된 북도면에는 1972년 개교한 인천남중 북도분교가 있었으나 학생 수 감소 등을 이유로 1999년 폐교됐다. 이후 학생들은 북도면에서 배를 타고 중구 영종도에 있는 학교로 통학하고 있다. 신·시·모도는 배로 10분, 장봉도는 50분이 소요된다.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을 더하면 장봉도 학생들의 경우 통학시간만 3~4시간이 걸린다.

북도면 학생들은 도시지역인 영종도에 있는 학교에 다니지만, 공항신도시와 영종하늘도시에 갖춰진 교육인프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은 여객선 운항 여건에 따라 지각·조퇴하기 일쑤고, 학원에도 다니지 못한다. 학교 야간자율학습이나 방과 후 활동도 마찬가지다. 북도면 학생들이 불리한 출발점에서 달리고 있는데도 정작 교육 당국자들은 도심지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를 들어 공정한 기회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북도면에 학교가 없는 것은 학생 수가 적다고 폐교를 쉽게 생각하는 교육 당국자들이 저지른 일이다. 북도면 학생들이 농어촌특별전형 혜택을 받으려면 옹진군 덕적도나 영흥도에 있는 중·고등학교를 가야 하는데 여객선 직항 노선이 없어 통학이 불가능하다. 매일 아침 배와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학생들은 교통환경도 편리하고 질 높은 교육을 받는 학생들에 비해 학업 환경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 도심지에 친척이 있는 몇몇 학생들은 유학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만한 사정도 안 되는 학생들은 이런 불편을 최소 6년 동안이나 감수해야 한다.

교육의 불평등을 수정하는 것과 타고난 재능 불평등을 수정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사회가 제공하는 기회는 최대한 공정해야 한다. 공정이라는 것은 누구나 똑같은 지점에서 출발시키는 것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학생들의 출발점을 다른 학생들의 출발점과 같게 보완해줘야 한다. 공정한 기회를 주면 뛰는 것은 그들 몫이다. 매일 배가 뜨지 않을까봐 가슴을 졸이며 통학하는 북도면 학생 중·고생은 50명이다.

/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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