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 세상]추입애하(墜入愛河)

고재경

발행일 2017-06-19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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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추입애하(墜入愛河)는 사랑의 강물에 빠지다는 뜻이다.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조선 최고의 명기이자 시인인 황진이, 조선 중기 문신이자 풍류시인이고 대제학 벼슬을 지낸 소세양, 두 사람의 운명적 추입애하 로맨스는 한 달 간 계약 동거의 뜨거운 인연으로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황진이 러브 송으로 부활한 명곡이 바로 이선희가 부른 '알고 싶어요'(작사·양인자, 작곡·김희갑)이다. 이 가사는 연인을 향한 추입애하의 연정을 드러낸다. /달 밝은 밤에 그대는 누구를 생각하세요/잠이 들면 그대는 무슨 꿈 꾸시나요… /내가 정말 그대의 마음에 드시나요/참새처럼 떠들어도 여전히 귀여운가요/바쁠 때 전화해도 내 목소리 반갑나요/내가 많이 어여쁜가요…/

연인이 속삭이는 애절한 사랑의 밀어가 어쩜 이토록 아름다울까. 화자는 연인의 모든 것이 궁금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추입애하에 빠지면 빠질수록 상대방에 대해 더욱 알고 싶어진다. 연인이 떠난 후 그녀는 자신의 사랑을 진심으로 확신하는지 연인에게 묻는다. '달 밝은 밤에' 생각하고 꿈꾸고 눈물 흘리며 일기장에 작성하는 대상이 도대체 누구인지 사랑을 재확인하고 싶어한다. 또한 화자는 애교도 철철 넘칠 만큼 매우 현대적 여성 이미지로 부각된다. '참새처럼 떠들어도 여전히 귀여운가요/바쁠 때 전화해도 내 목소리 반갑나요'. 사랑의 강물에 풍덩 뛰어든 추입애하의 감정이 연인의 가슴에 흐르면 애정은 변치 않는 법이다. 연인을 향한 화자의 풋풋하고 싱그럽고 애틋한 로맨스가 심장을 마구 뛰게 한다.

걸 그룹 마마무가 부른 '어느 소녀의 사랑 이야기'(작사·박건호, 작곡·이범희) 노랫말엔 사랑의 바다에 빠졌지만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노래한 어느 소녀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립고 그리운 그대는 내 전부/쉼표는 있어도 마침표는 없어/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모두 그대의 이야기/이 마음 다 바쳐서 좋아한 사람인데/이룰 수 이룰 수 없는 없는 사랑을 사랑을/어쩌면 좋아요…/

가사 속 등장인물 소녀는 애하(愛河)에 빠졌다고 고백한다. 자신의 인생 절반은 연인에게 있고 나머지 절반도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자신의 '전부'인 연인을 그리워하며 살아가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녀가 직면한 문제는 연인이 자신을 '모른 척' 하고 있는 점이다. 소녀의 일방적인 사랑 고백에 연인은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이러한 현실적 장벽에 소녀는 억장이 무너진다. 더 나아가 '모든 게' 자신만의 '욕심'은 아닌지 자책한다. 사랑의 암초에 봉착한 소녀! 자신의 '마음 다 바쳐' 알파와 오메가 사랑의 바다에 투신한 소녀! 추입애하의 구구절절 사랑을 고백하는 소녀! 그러나 '이룰 수 없는 사랑'의 현실에 무너지는 소녀의 슬프고 애잔한 노래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싶다.

영국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의 추입애하 사건도 매우 극적이다. 첫눈에 반해 양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비밀결혼식을 올린 로미오와 줄리엣! 두 사람 모두 자살로 비극적 생애를 마감한다. 그러나 두 연인의 세기적 추입애하 로맨스는 시공을 초월하여 지금까지 인구에 회자된다.

/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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