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유정복 시장 3년과 인천의 운율

정진오

발행일 2017-06-19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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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주권 선언' 타도시와 대결구도 아닌지
역사적으로 열려있는 개방도시, 늘 포용해와
특질 잘 반영하고 다른지역과 벽 세워선 안돼


정진오 사진(새 데칼용)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얼마 전부터 문학과 관련한 강좌를 듣고 있다. 매주 한 차례씩 하는 것인데 강의실까지 가자면 인천에서 2시간이나 걸린다. 대학을 졸업한 지 20년이 훌쩍 넘어서 듣는 강의라서 그런지 먼 길을 오가는 불편보다는 오랜만에 찾은 배움의 기쁨이 더 크다는 생각으로 견디고 있다. 지금까지 세 번을 들었는데, 강사들은 저마다 전공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대가들이었다. 문학 강의라는 게 따분하고 지루하게 여겨지게 마련이지만 아직은 집중력을 잘 유지하면서 재미있게 듣고 있다. 잘 가르치는 사람에게서는 그 나름의 운율 같은 게 뿜어져 나온다.

운율은 시와 같은 문학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 삶에도 운율이 있어야 한다. 노래나 시에 강·약이나 높낮이가 없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우리 생활도 마찬가지다. '호사다마(好事多魔)'나 '고진감래(苦盡甘來)' 같은 옛말은 다 그런 생각의 응집일 터이다. 내공 깊은 강사들의 강의가 수강생들에게 따분하지 않은 배움을 주는 것은 가르치는 운율이 남다르기 때문이라고 본다. 평생 한 가지만 좇아 온 그 강사마다 제각각의 운율이 있었는데, 그 운율은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을 만큼의 깊은 울림을 줬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취임 3주년을 맞았다. 며칠 전 만난 유정복 시장에게서 묘한 운율이 느껴졌다. 유 시장은 그동안 많은 시민에게 '모범생' 스타일로 비치고는 했다. '집, 도서관'만을 왕복하는 공부 잘하는 학생 같은 느낌 말이다. 그 유정복 시장이 새로 팠다면서 명함을 한 장 내밀었다. '유정복을 드립니다'. 이름과 직함, 전화번호가 있어야 할 자리에 그냥 한 구절뿐이었다. '복'이라는 글자를 크게 쓰고, 거기에 한자(福)까지 도장을 찍어 색다른 느낌을 줬다. '나, 유정복을 머슴처럼 부리라'는 뜻도, '내 마음을 받으면 당신에게 복이 될 것'이라는 뜻도 담은 중의적인 의미가 읽혔다.

최초의 인천 태생 인천시장이라는 유정복 시장은 그동안 '인천 가치 재창조'를 시정의 기치로 내세워 왔다. 그 아래에서 인천 사랑이란 의미의 '애인(愛仁) 프로젝트'나 '인천 주권 선언' 같은 사업을 주요하게 진행해 왔다. 유정복 시장 4년 차에 접어드는 인천시가 꼭 염두에 두었으면 하는 게 있다. '인천 가치 재창조 사업'이 이름만 그럴듯하게 붙인 것은 아닌지 늘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 사업이 인천만의 운율을 적확하게 담아내고 있는지, 그리하여 그 사업이 인천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기재로 작용하는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그게 '머슴'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유정복 인천시장의 역할이다.

'인천의 가치'가 다른 도시의 무엇인가를 빼앗는다거나 다른 도시에 사는 사람들로 하여금 '인천'이란 도시를 더욱 멀게 느끼게 한다면 그것은 진정으로 '인천의 가치'를 생각하는 게 아닐 터이다. 하지만 '인천 주권 선언'에서는 인천과 다른 도시 사이에 무형의 벽을 쌓는 게 아닌지 하는 그런 냄새가 물씬 풍긴다. 잃어버리거나 빼앗긴 인천의 권리를 찾자는 의미로 보일 수도 있지만 달리 말하면 다른 도시와 대결 구도를 만드는 개념이기도 하다. 인천은 역사적으로 열려 있는 개방의 도시다. 인천은 늘 다른 도시를 포용해 왔다. 이게 인천만의 운율이다. 인천 가치 재창조 사업은 이런 특질을 잘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마땅하다. 인천과 다른 지역과의 사이에 벽을 세워서는 안 된다.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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