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식의 야구란 무엇인가·12]백투백홈런

연달아 대포 터트린 켄그리피 부자

경인일보

발행일 2017-06-20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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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말 역전 두방 삼성 'KS 첫우승'
日선 5명 타자 연속으로 담장 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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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식 야구작가
두 명의 타자가 연달아 날리는 홈런을 일컬어 흔히 '연속홈런' 혹은 '랑데부홈런'이라고 부르곤 한다. '랑데부홈런'이 일본식 명칭인 반면 미국에서는 '백투백홈런(back to back home run)'이라고 부른다.

세 명의 타자가 연속으로 홈런을 때려내는 경우에는 '백투백투백홈런(back to back to back home run)'이라고 한다. 그것을 그대로 우리 식으로 번역한다면 '꼬리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홈런'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네 명의 타자가 연속홈런을 날린다면 '백투백투백투백', 다섯 명의 타자가 때린다면 '백투백투백투백투백' 홈런이 된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백투백투백투백' 홈런이 한 번 나온 적이 있었다. 2001년 8월 17일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한화의 경기에서 삼성은 3회 말 이승엽, 마르티네스, 바에르가, 마해영이 연달아 홈런을 날리며 순식간에 1-0의 점수차를 5-0으로 벌려놓았다. 그 날 한화의 선발투수는 한용덕이었다.

미국에서도 4연타석홈런이 최다기록인데, 모두 여덟 차례 작성이 됐다. 그 중에서도 가장 극적이었던 것은 2007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라미레스, J. D. 드루, 마이크 로웰, 제이슨 베리텍이 연달아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양키스에게 3-0으로 끌려가던 승부를 단숨에 4-3으로 뒤집은 장면이었다.

하지만 프로야구 세계기록은 일본이 가지고 있다. 1971년 5월 3일 도에이 플라이어즈는 롯데 마린즈를 상대로 연장 10회 초 무려 다섯 명의 타자가 연속홈런을 기록했던 것이다. 굳이 말장난 같은 '백투백투백투백투백 홈런'을 야구용어사전에 넣게 만든 전설적인 사건이었다.

'연속타자홈런'과는 다르지만 현대 유니콘스는 '5연타수홈런'을 기록한 적이 있다. 2000년 4월 5일, 대전경기에서 현대는 7회 초 박종호, 박재홍, 윌리엄스가 연달아 홈런을 날린 데 이어 심재학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다음 또다시 퀸란과 이숭용이 연속 홈런을 날렸다. 그 날도 상대는 한화 이글스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단 두 명의 타자가 합작한 단순한 '백투백홈런'이었다. 2002년 11월 10일 대구 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9-6으로 끌려가던 삼성은 9회 말 이승엽의 동점 스리런 홈런에 이어 숨 돌릴 틈도 없이 터져 나온 마해영의 역전 솔로홈런으로 경기를 끝내고 만다.

하지만 그것이 한국시리즈 최종전에서 터져나온 것이라는 점, 그리고 한국시리즈에 일곱 번이나 진출하고도 일곱 번의 준우승에만 머물러야 했던 삼성이라는 전통의 강팀에게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안겨준 두 방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달랐다.

그것은 3승1패에서 3승2패를 허용하고, 다시 3승3패의 동률을 허용한다면 7차전은 오히려 수세적인 입장에서 치러야 할 위기에서 만들어낸 기적적인 대역전극이었던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백투백투백투백보다 인상적인 백투백' 홈런이 있었다. 1990년 10월 14일,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 나선 시애틀 매리너스의 2번 타자 켄 그리피 시니어와 3번 타자 켄 그리피 주니어가 나란히 홈런을 날렸는데, 둘은 아버지와 아들의 사이였다. 아버지의 나이는 40세, 아들은 20세였다.

전세계를 통틀어 '부자 백투백홈런'은 그것이 유일했는데, 야구 선수 아들을 가진 모든 야구선수들, 아니 어쩌면 자식을 가진 모든 부모들의 꿈을 상징하는 장면일 것이다.

/김은식 야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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