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고려인 3세는 한민족, 4세는 외국인

목진희

발행일 2017-06-30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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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진희 동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겪고 있는 가난의 서러움, 교육받지 못한 억울함, 그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현실을 그대로 두고 나라다운 나라라고 할 수 없다."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한 발언은 독립운동가의 후손에 대한 위안과 앞으로의 처우개선에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특히, 문 대통령의 발언은 소련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추방 당한 지 80년의 역사를 가진 고려인들에게도 한줄기 빛이 아닐 수 없다.

1937년 소련 연해주에 거주하던 고려인들은 스탈린에 의해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뒤 흩어져 살다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다시 돌아왔으나 고국의 삶은 그다지 녹록지 않았다. 고려인 동포의 상당수가 독립운동가 후손으로 알려졌음에도 국내에 거주하는 고려인들은 정착할 곳이 없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국내 거주 고려인은 4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이 고려인 3세와 4세이며, 적지 않은 수가 살고 있으나 여전히 그들은 낯선 이방인일 뿐이다. 이는 현재 헌법에 재정 되어있는 재외동포법에서 그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다.

현재 재외동포법 시행령은 고려인을 재외동포에 포함하지만 '부모 또는 조부모 중 한 명이 대한민국 국적(1945년 정부 수립 이후)을 보유했던 자'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고려인 3세까지만 재외동포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고려인 4세는?

고려인의 사전적 정의에는 한민족 동포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다. 분명 한민족이라고 표기되어 있으나 현재 우리나라 현행법상 고려인 4세는 외국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들은 만 19살까지만 국내 체류가 허용되며 성인이 되면 한국에서 떠나야 한다. 국내에 더 머물기 위해서는 대학을 진학해 유학 비자를 받는 방법이 있으나, 현재 가장 기본적인 의료·교육 등에서조차 지원이 미흡한 상황에서 그들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대학을 가는 건 꿈조차 꿀 수 없다. 이런 처지에 놓인 고려인 4세는 안산 지역에만 5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들은 성인이 되자마자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국내외 어디에서도 정착하지 못하고 돌아갈 곳 없는 떠돌이 신세가 된다. 다문화가정에 집중된 정부 이주민 정책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자국민으로의 혜택도 받지 못하는 이들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 이러한 현실은 이제 갓 성인이 된 그들이 감당하기엔 너무 큰 짐이다. 게다가 부모들은 함께 살고자 자식들의 단기 방문 비자를 받기 위해 3개월마다 한 번씩 원치 않는 해외여행을 보낸다. 이는 고려인에게 큰 정신적,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려인 처우는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 것일까. 우선 앞서 언급한 재외동포법은 같은 고려인들에 대해 동포와 외국인으로서 그 경계를 두고 있다. 이는 3세, 4세뿐만 아니라 그 후의 자손들까지도 차별받지 않는 통합적인 법 마련이 필요한 대목이다. 부모, 자식을 억지로 이별시키는 법은 존재 이유가 없다. 2013년 제정된 '고려인 특별법'에서는 해외 동포를 지원하고는 있으나, 국내 체류 고려인은 지원하지 않고 있다. 해외에서 차별받는 것도 서러운데 머나먼 타지에서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돌아온 고려인들에 대해 고국에서만은 차별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

다행히도 최근 고려인들과 정부와의 만남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 이렇다 할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그들의 처우개선은 단지 법적인 문제만 개선하는 것으로는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여전히 우리는 '고려인' 하면 외국인 노동자, 이방인이라는 차별적인 인식을 하고 있다. 한민족으로서 고려인이라는 역사적인 삶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목적이어야 하며, 이와 함께 법적인 문제가 해결이 되었을 때 보다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고려인은 한국의 역사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목진희 동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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