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업보

서민

발행일 2017-06-23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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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5대비리 연루자 공직 배제' 약속
결국 발목 잡아 능력있는 인사 임명 애먹어
한국당도 야당만 할게 아니면 현실 직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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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단국대학교 의대 교수
순항하는 듯했던 문재인 정부가 위기에 봉착했다. 임명하는 장관마다 나름의 문제를 안고 있으니 말이다. 위장전입은 기본이고 논문표절에 음주운전까지, 낙마해야 할 사유는 차고 넘친다. 이는 문 대통령이 후보 때 내건 소위 5대 비리 관련자는 공직에 임명하지 않겠다는 말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심지어 법무장관에 지명됐던 안경환 후보자는 짝사랑하는 여성 몰래 혼인신고를 한 게 드러나 충격을 줬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일은 해야 하는데, 깨끗한 후보자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그의 선택은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해당 장관을 임명하는 것이었다.

그의 선택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가 지켜낸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UN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는 분이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재벌개혁의 적임자로, 중소상인들과 자영업자들이 "어서 빨리 임명해달라"고 시위를 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장관으로 지명된 조대엽은 그간 기업 측 입장만 대변했던 전임자들과 달리 제대로 된 노사관계를 추진할 적임자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분들이 저지른 범죄는 사소한 것으로 치부될 수 있다. 문제는 현 대통령의 야당 시절에 있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이 났을 때, 당시 정홍원 국무총리는 여기에 책임을 느끼고 사표를 제출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열 달이 지나도록 사표는 수리되지 않았다. 후임 총리를 임명해야 하는데, 지명하는 총리마다 각종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었다. 사실 총리가 그다지 하는 일이 없다는 점에서, 아주 심각한 흠결이 아니라면 그냥 통과시켜 주는 게 맞다. 중앙일보 출신인 문창극의 경우엔 "일본 식민 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신념을 지녔으니 대한민국 총리로 부적합하다 해도, 대법관을 지낸 안대희마저 부적격 판정을 내린 건 지나쳤다. 그는 대법관 퇴임 후 5개월간 16억원의 수임료를 챙긴 게 도마에 올랐는데, 그의 명성과 직위를 고려했을 때 그 정도 수임료가 지나친 건 아니었다. 결국 총리로 임명된 이는 이완구였지만, 그 역시 병역기피와 부동산투기라는 흠결을 지닌 데다, 경남기업 회장인 성완종에게 돈을 받았다는 의혹에 휘말려 사표를 낸 걸 보면, 깨끗한 공직자를 찾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깨끗한 공직자만 쓰겠다면서, 병역 면탈·논문 표절·위장 전입·부동산 투기·세금 탈루 등 소위 5대 비리에 연루된 사람은 인사에서 원천배제하겠다고 약속했다. 듣는 사람 입장에선 멋지게 들렸던 이 말은 결국 문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문 대통령이 야당 시절 흠결 없는 공직자가 드물다는 것을 이해하고, 능력이 있다면 통과시켜주는 등 정부가 일을 할 수 있게 협조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지금처럼 야당이 인사문제로 발목을 잡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건 국민적 지지가 높다고 그냥 밀어붙일 일만은 아니다. 과거에 대해 대통령이 유감을 표하고, 향후 공직자 인선을 어떻게 할지 야당과 합의하는 절차가 필요할 것 같다. 지금처럼 까다로운 임명절차가 계속된다면, 아무도 공직을 맡지 않으려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자유한국당도 현실을 좀 돌아봐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대한민국 모든 장관과 총리를 합친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대통령을 제대로 된 검증 없이 뽑은, 국정농단의 주범이다. 그랬던 정당이 장관의 위장전입을 지적하는 건 일말의 양심조차 저버린 행위이며, 10%도 안되는 정당 지지율은 여기에 대한 국민들의 냉정한 평가다. 정당이 정권을 잡으려는 것도 따지고 보면 나라를 더 잘 되게 만들자는 것일진대, 일 좀 하게 해달라는 대통령의 절규를 무작정 외면하는 것도 볼썽사납다. 네가 그랬으니 나도 똑같이 해주겠다, 이런 초딩적인 마인드보다는 일단 일을 하게끔 도와주고 그 일의 잘잘못을 꼼꼼히 따지는 어른이 돼주길 빈다. 자유한국당이 만년 야당만 할 게 아니라면 말이다.

/서민 단국대학교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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