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하여

박상일

발행일 2017-06-26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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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학교교육 설자리 없고 감옥과 같아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공약 '교실혁명' 정책
어떻게 펼지 모르지만 아이에 희망 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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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일 경제부장
가슴이 철렁했다. 모처럼 간 캠핑에서 고기까지 구워 저녁을 다 먹고 막 고즈넉한 밤 시간을 즐기려고 할 때였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가 눈치를 보며 한마디를 툭 던진다. "아빠, 나 학교 안다니면 안돼?"

예고 없이 불쑥 던진 딸아이의 한마디에 말문이 막혔다. '이게 웬 날벼락이냐…'. 정신을 가다듬고 물었다. "왜, 학교가 다니기 싫어?"

딸아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도 맘에 안 들고, 나중에 하고 싶은 일에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게 별로 도움도 안 될 것 같아"라고 찬찬히 설명한다.

꽃다운 10대를 교실에서만 보내지 말라고 인문계 학교 대신 특성화고를 보냈는데, 딸아이는 그것마저도 힘든가 보다.

"그래도 고등학교는 졸업해야지. 앞으로 네가 하고 싶은 것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아. 학교는 공부가 전부는 아니란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 생활하면서 인간관계를 배우고, 사람들 속에서 나의 역할을 배우는 사회성을 키워야 하는 거야. 아빠는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교를 그만둔다는데 찬성하지 못하겠다."

딸아이의 실망한 표정에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다 어른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만들지 못한 탓이라는 생각이 솟구친다. 어쨌든 그렇게 고비(?)는 넘겼다. 아이에게 아직 청춘이 창창하게 남았으니, 앞으로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주말을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오니, 며칠 전에 이재정 교육감이 한 외고·자사고 폐지 발언이 일파만파로 번져 있다. 이 교육감은 학교를 계층화·서열화하는 외고와 자사고를 폐지하고 일반고로 전환하기 위해 앞으로 외고와 자사고 등을 재지정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것이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양쪽이 불꽃을 튀기며 충돌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보니 씁쓸한 기분이 올라온다. 공부를 잘해 외고·자사고를 보낼 아이가 없으니 그저 남의 얘기 같기도 한데, 한편으로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이라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공부'는 그저 아이들이 잘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중 하나일 뿐 이라는게 평소의 소신이다. 그런데 우리 교육은 '공부' 하나에만 죽도록 매달려 있다. 아니, 우리 교육이 매달려 있다기 보다, 우리 부모들이 매달려 있다고 하는게 맞겠다. 그동안 '성적 지상주의'에 대한 수많은 비판과 반성이 있었지만, 현실은 여전히 거기서 별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 주변에도 벌써 자녀가 학교를 그만뒀다는 사람들이 여럿이다. 그중에는 정확한 목표와 판단을 갖고 학교를 그만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서다. 자료를 찾아보니 2015년 기준으로 한 해 동안 초·중·고등학교 학업중단 학생이 4만7천여 명이나 되고, 그중 고등학생이 2만2천500여 명이라고 한다. 그나마 많이 줄어든 것이라고 하는데도 기가 막힐만한 숫자다.

지금의 학교 교육은 아이들이 힘들어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설 자리가 없다. 그런 아이들은 학교가 그야말로 감옥이나 다름없다. 학교를 그만두는 것은 그나마 나은 편이고, 꽃 같은 목숨을 버리는 아이들도 한 해 수백 명이다. 오죽하면 10년째 청소년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공약에서 '교실 혁명'을 약속했다. 고교학점제와 수강신청제 도입, 고교서열화 해소, 문·예·체 교육 강화, 교육과정 분량과 난이도 완화 등을 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정책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에게 설 자리와 희망을 줬으면 좋겠다.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 드리는 간청이다.

/박상일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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