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연인]고무신

권성훈

발행일 2017-06-26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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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비껴 나는

전(全)-군(群)-가(街)-도(道)



퍼뜩 차창(車窓)으로 스쳐 가는 인정아!



외딴집 섬돌에 놓인



하 나



세켤레

장순하(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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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우리는 사물을 통해 그 사물이 가지고 있는 그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기도 한다. 여행 중에 마주치는 수많은 마주침 속에서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들이 있다. 전주 간 군산 도로인 "전(全)-군(群)-가(街)-도(道)"를 달리는 중 버스 차창에서 스쳐가는 '외딴집 섬돌' 위에 나란히 놓인 고무신 세 켤레가 그것이다. 시인은 '신발 세컬레'라는 기호를 네모 칸에 넣고, 하나는 크고 진한 글씨를, 둘은 작은 글씨를, 세컬레는 보통 글씨로 처리함으로써 회화적인 효과를 보인다. 차장 안 공간에서 차장 밖 시인이 포착한 풍경을 박스 칸에 배치하여 묘사하면서 가족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그 안에 놓인 각기 다른 모양의 고무신을 통해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아이가 한 집안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그 너머의 세계를 따듯한 시선으로 들여다보면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며 어떻게 존재하는지 구명해 준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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