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신공

[경인신공]이성희의 독서정담-우리 모두의 김지영을 위하여

학창시절·회사·결혼… 보통삶, '여성'이란 차별·아픔의 그림자
조남주作 '82년생 김지영' 양성평등 함께 공유를

이성희 장학관
이성희 인천시교육청 장학관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꿈을 묻는다. 보통 꿈을 물으면 직업으로 답이 온다. 30명이 한 반이면 대개 꿈은 10개 안팎으로 나온다. 여학생들은 주로 교사, 간호사, 스튜어디스, 은행원, 공무원 등을 꿈이라고 얘기한다. 가끔 현모양처를 말하는 아이들도 있다.

스튜어디스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묻는다. 비행기에서 근무하는 거라면 이왕이면 스튜어디스 말고 비행기 기장을 할 생각은 없느냐고. 아이들의 눈빛이 잠시 흔들린다. 아이들에게 다시 되묻는다.



이 세상에서 남자만 할 수 있는 직업, 여자만 할 수 있는 직업이 있을까? 만약 그런 직업이 있다면 얘기해 달라 한다. 아이들은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딱히 답이 나오지 않는다. 아이들의 눈빛은 더욱 흔들린다.

아이들과 얘기하다 보면 성별에 따른 고정 관념이 있음을 알게 된다. 최근 나타난 것이 아닌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온 사회적 고정 관념으로, 우리의 일상 생활에 깊숙이 자리한 것들이다. 최근 고정 관념이란 단단한 벽이 조금씩 깨지고 있지만 아직 그 길이 멀기만 한 것도 사실이다.

남녀 간의 생물학적 차이에 의한 성 역할이 세월이 지나면서 고정 관념이 되고, 또 그 고정 관념이 남녀 간의 차이가 아닌 차별로 이어지기도 한다.

김지영,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름이다. 누구나 주위에 지영이라는 이름을 지닌 이가 한 명쯤은 있을 것이다. 실제로 1982년에 태어난 여성들 이름 중에 가장 많은 것이 바로 김지영이라고 한다.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은 제목에서부터 많은 것을 얘기해주고 있다. 소설 속 김지영은 현재 우리 나이로 36세의 여성이다. 소설 속 김지영의 삶은, 현실 속 수 많은 김지영의 보편적인 삶이기도 하다.

김지영의 유년 시절부터 학창 시절, 회사 생활, 결혼 생활에 이르기까지의 삶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누구라도 겪었을 익숙한 경험들이다.

그 경험은 여성으로서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차별과 아픔의 기록이다. 김지영이 느껴야 했던 차별과 아픔의 장면과 장면 속에 남성으로서의 나는 가해자이자 방조자의 모습이었다. 너무 아팠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극적 반전을 기대해 본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 반전은 없었다. 너무 사실적이다. 그래서 더 아프다.

신영복 선생님은 생전에 진정한 독서의 방법으로 서삼독(書三讀)을 강조하셨다. 책은 반드시 세 번 읽어야 하는데 먼저 텍스트를 읽고, 다음으로 그 필자를 읽고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것을 읽고 있는 독자 자신을 읽어야 한다 했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 그 속에서 나를 읽었다. 때론 생각과 실천이 따로 놀았다. 부끄러운 기억이다. 아픔이기도 하다.

다가오는 7월 1일부터 7일까지는 양성평등주간이다. 양성평등은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영역에서 남성과 여성이 성에 따른 차별을 받지 않고 동등한 기회와 권리를 누리는 것을 의미한다. 삶의 변화는 생각과 감정을 공유할 때부터 시작된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더 많이 보인다 한다.

사람은 본 만큼 안 만큼, 자신과 주변을 변화시킨다. 여성과 남성이 함께 읽었으면 한다. 학생들도 좋고, 직장동료, 부부가 함께 읽어도 좋다. 함께 읽을 수 있어서,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한 책. 82년생 김지영이다.

/이성희 인천시교육청 장학관

※위 독서정담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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