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말과 글은 자신을 드러내고 삶을 반영하는 것

장미애

발행일 2017-06-28 제12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한 사람의 과거 글이나 말이
현재의 그를 나타내진 않아
언행이 쌓여 명성 만들어지는데
한번 잘못 싸잡아 인생 매도 안돼
그러나 스스로 되돌아본다면
어느직 수행할지는 양심이 알려줘


장미애2
장미애 변호사
아주 오래전 알게 되었던 한 중년 남성분이 그 당시 자주 "여자들은 이래서 안 돼" "이래서 여자가 문제라니까" 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곤 해서 당황하고 불쾌했던 적이 있었다. 그분은 늘 가부장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부끄러운지도 모른 채 자연스럽게 여성을 하대하는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그분은 아들만 둘 있었는데 만일 그분에게 딸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딸이 있어야 그나마 아무 느낌도 없이 내뱉는 여성비하 발언이 얼마나 여자들에게 상처로 다가오는지 이해할 수 있지 그렇지 않고는 누구도 그분의 여성관을 바꾸기 어려울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꼭 자신의 딸이 아니라도 자신의 어머니, 아내나 여동생의 입장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다면 여성을 비하하는 말이나 행동을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본인이 막말하는 상대방이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어머니이고 사랑스러운 아내이며, 아끼는 여동생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이혼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여성관과 남성관에 대한 부부간의 극명한 입장 차이가 느껴질 때가 많다. 남편은 시부모님 생신이니까 아내가 직접 밥과 국을 해서 챙겨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장인 장모 생신에 자신이 못 가도 조금의 미안함도 없다. 반대로 시댁행사는 연례행사조차 무시할 정도로 소홀하면서도 친정에는 매주 가야만 하는 아내도 있다. 또한 맞벌이하는 아내는 남편이 '같이' 집안일을 하길 바라지만 남편은 이렇게 많이 '도와'주는데 아내가 매일 불평만 한다고 이야기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사위가 집안일을 많이 하면 딸을 위해주는 착한 사위고, 딸이 복 받아서 그렇다고 말하지만, 아들이 집안일을 많이 하면 그 집 며느리는 남편 부려 먹는 나쁜 여자가 된다. 동일한 사람의 동일한 행동이 누구 입장에서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좋게도 때론 나쁘게도 평가되는 것을 보면 우리는 이중 잣대를 여러 곳에 들이대고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간통죄가 없어진 이후로 요즘은 배우자와 바람피운 상대방 여자나 상대방 남자에게 손해배상을 구하는 위자료 청구소송이 많아졌다.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당사자들은 각자 저마다의 변명이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비슷한 소송을 해본 소회를 말하자면 법원은 부정행위로 보이는 증거들이 있어 위자료를 인정할 때 금액에 있어서는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데 금액 차이의 원인은 부정행위가 지속된 기간, 파탄에 기여한 정도, 금전적인 손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감안하지만 그것보다 더 결정적인 이유는 대체로 소송에서의 피고의 반성하는 태도와 연관된다는 점이다. 너무나 뻔한 증거인데도 반성 없이 계속 우겨대면 일반적으로 법원은 괘씸하다고 생각하여 위자료 액수를 상향하고, 오히려 반대로 이런저런 변명하지 않고 상대방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점에 대하여 사죄한다고 깔끔하게 인정하면 통상의 금액으로 인정한다.

상대방으로부터 "미안해"라는 말을 듣기는 했는데 이어지는 말이 "그렇지만 말이지. 어쩌구 저쩌구…" 라고 한다면 그것을 진정한 사과라고 느끼지 못할 것이다. 참된 사과는 군더더기가 없어야 한다.

요즘에 인구에 회자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남을 공격하기 위하여 내뱉은 말과 글들이 자신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것과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말과 글은 그 자신을 나타내는 것이고 삶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판을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사람은 통상 나이가 들수록 성장하기에 과거의 글이나 말이 반드시 현재의 자신을 나타낸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하나하나의 언행이 쌓여서 명성이 만들어지는데 한 가지 잘못으로 싸잡아 인생 전체를 매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스스로를 엄중히 돌아본다면 어느 직을 수행할 만한지 아닌지는 양심이 알려줄 것이다. 자신이 남을 비판하고 판단하여야 하는 직업일수록 엄격한 자기관리가 요구되고, 겸손과 자아 성찰이 필요한 덕목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장미애 변호사

장미애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