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도시와 농촌의 아름다운 동행

이수원

발행일 2017-06-29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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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원(경기농협)
이수원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 홍보팀장
농협이 '농업인이 행복한 국민의 농협'이라는 비전을 대대적으로 선포하고 2020년까지 농가소득 5천만원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힌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지금 그 성과를 판단하기는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직장을 처음 들어와 10년이란 시간을 보내면서 요즘처럼 농협을 다닌다는 사실이 뿌듯했던 적도 없는 것 같다.

오래 전 대학 졸업 후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친구들과 회포를 푸는 자리에서 한 친구가 '회사생활이 행복하니?'라는 다소 난해한 질문을 화두로 던진 적이 있다. 한 명씩 대답을 하기 시작했고, 결국 그렇다는 말을 내뱉은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이상할 것도 없는 것이 실제로 지난해 전 세계 57개국 직장인을 대상으로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직장인의 만족도는 최하위권인 49위를 기록한 바 있다.

'목적'과 '수단'의 이질성을 부르짖은 칸트의 철학을 열렬하게 신봉하는 듯 보이는 그 친구의 논리에 따르면 직장을 다니는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수단으로서의 삶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었다. 가족 간의 사랑, 취미나 봉사의 즐거움 등 돈이 목적이 아닌 행위로부터 나오는 행복이 진정한 행복이며, 직장생활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 하는 일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자기 최면에 다름 없다는 말이다.

1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다시 나에게 누군가 그 질문을 건넨다면 나의 대답은 역시나 '그렇다'이다. 이는 나의 삶에 대한 가치관이 지나치게 낙관적이거나, 행복의 기준이 남들보다 현저히 낮아서가 아니다. 굳이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의 향상과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하여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는 다소 거창해 보이는 농협법 1조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폭설·폭우·태풍·우박·가뭄·AI·구제역 등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농촌을 살려보겠다고 밤낮없이 고군분투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내가 하는 업무가 단지 회사나 개인의 이익이 아닌 누군가를 돕는 일이라는 소명의식이 직장을 단순히'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고 느끼게 만든 것이다. 나로 인해, 그리고 내가 하는 일로 인해 누군가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수단'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connected'의 저자인 니컬러스 크리스태키스와 제임스 파울러는 1971년부터 33년 동안 총 1만2천67명을 대상으로 행복이 마치 감기처럼 전염된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농촌이 힘들다는 기사가 연일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얼마 전 농협이 '행복 이음 패키지'라는 상품을 출시했다. 도시민들이 상품에 가입하면 농협이 기금을 조성해 농업인을 도와준다는 취지이다. '농업인이 행복한 국민의 농협'이라는 비전의 최종 목적지는 다름 아닌 농업인의 행복이다. 그리고 농업인의 행복은 결국 우리 모두의 행복으로 이어진다. 도시와 농촌의 아름다운 동행이 겉으론 요원해 보이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스스로 가지고 있는 행복의 가치를 깨닫고 서로가 가진 행복을 함께 나눈다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조금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되길 바란다.

/이수원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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