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공공부문 도입 방침]'블라인드 채용' 묘수인가, 악수인가

출신·학력 등 삭제 실력중심 평가
기대감 속 "스펙도 능력" 반발도
지자체 "지침 기다릴 것" 온도차
지역인재 할당 역차별 논란까지

#수원시 매산동에 사는 취업준비생 이모(27·여)씨는 새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 도입 소식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씨는 "대학교 1학년 때 휴학해 공시족으로 살다 제적돼 최종 학력이 고졸"이라며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되면 공무원 시험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공공기관에도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용인시 동백동에 사는 대학원생 김모(26)씨는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학력·학점·경력까지 보지 않는 것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김씨는 "스펙도 경험과 능력인데 공정한 채용을 이유로 스펙란을 없애버리는 발상 자체가 아이러니"라며 "자연스럽게 스펙을 드러내는 법을 배우려고 '자소설' 학원에 등록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등 또다른 진입장벽이 생길 것"이라고 토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 하반기부터 공공부문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여당에서도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입법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제는 입사지원서 항목에 출신지·가족관계·학력·학점 등을 삭제해 실력 중심의 평가를 정착시키자는 취지다. 하지만 자치단체들은 '아직 정부방침이 없다'며 실질적인 시행에 온도차를 보이고 있고, 이 때문에 취준생들에게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 2015년 전국 최초로 공공기관부문 통합채용을 도입했다. 필기와 서류 전형을 통과하면 지원자의 신상을 가리고 오로지 실력으로만 평가하는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해 합격자를 추려 공정한 채용 방식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학교·학과 같은 신입채용을 위한 입사지원서도 받지 못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도내 일선 시군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한 상태다. 별다른 계획 없이 중앙 정부 지침이 내려오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

도내 한 지자체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블라인드 채용까지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하는 정책은 많은데 일선 시·군과의 교감 없이 진행되다 보니 엇박자가 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취준생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도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중인 최민식(27)씨는 "새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좋지만 실질적으로 뽑는 지역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를 못보는 게 아니냐"며 "발 빠른 대책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지역 인재 채용 할당제도 역차별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혁신사업에 따라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채용기준이 학력·출신 등을 보지 않겠다는 블라인드 채용과는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은영(25)씨는 "서울에 살다가 지방대에 간 친구는 지역인재로 공공기관에 취업하고, 지방에 살다 서울 인근 대학에 온 내겐 아무런 혜택이 없다. 차별없는 채용은 처음부터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경진기자 lk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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