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년의 늘찬문화]문화분야의 여성노동과 고용안정 가능성

손경년

발행일 2017-07-03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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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년 前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직무대행
새 정부는 출범 한 달 반 동안 '적폐청산'을 일차적 목표로 삼으면서 각 부처와 함께 현재의 문제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판단 그리고 다가오는 세대를 위한 미션과 비전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새 정부의 문화 분야 공약은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목록)청산, 예술인 복지 사각지대 해소, 예술인 창작권 보장, 생활문화시대 확대 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여기서 현 정부와 이전 정부와의 차이점을 굳이 찾자면 '블랙리스트 청산'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외의 공약은 그동안 문화예술계가 요구해왔고 또 사업 단위에서 수행해 왔던 정책과 별반 차이가 없어서 큰 변화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그 이유 중의 하나로 문화정책이 담아야 하는 내용의 층위는 대개 여타 정책과 비교해 볼 때 그리 균질하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어 예술(가)에 대한 정책과 시민일반의 문화 향유권에 대한 정책, 창작의 수월성에 대한 지원과 창작 기회에 대한 지원은 다른 개념과 기준으로 적용해야 실효성이 나타난다.

다른 한편, 문화전문인력 고용문제는 문화예술지원과 향유 정책을 수행함에 있어서 양질의 사업수행과 연관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문화정책의 영역이라기보다는 노동정책에 속한다는 인식이 크다. 사실 양질의 전문 인력 양성, 일자리 창출, 직업 안정성의 문제는 문화정책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분야임에 틀림없으며, 눈여겨 볼 점은 다른 분야의 성별 고용비율과 달리 문화 분야에서는 여성의 수가 많은 편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급직은 타 분야와 유사하게 주로 남성으로 채워져 있으며, 상당수의 여성들은 기간제나 시간제 아르바이트, 파견노동 등의 형태로 근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모리오카 고지는 그의 책 '고용신분사회'에서 '옛날과 달리 오늘날은 법 앞에서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확고한 원칙이 있고, 원칙적으로 기본적인 인권과 개인의 존엄성을 인정한다. 게다가 자본주의 사회는 직업선택과 주거 이동의 자유를 승인하는 만큼 사람들은 시민으로서 자유롭고 대등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헌법에 양성 평등이 명시되어 있고 노동기준법에 남녀 임금이 동일해야 한다는 원칙을 규정해 놓았음에도 남녀 불평등은 다양한 성별 격차의 형태를 띠면서 남아있다. 성차별이야말로 전 후 몇 십 년이 흐른 오늘날 새로운 고용신분사회가 출현하는 온상이 되었다'고 말한다. 고용안정과 임금격차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일자리'를 가장 우선적이고 시급한 과제로 설정한 새 정부는 이번 기회에 다수의 여성들이 문화영역으로 진입하기를 원하고 또 진입한 여성의 고용비율이 높은 문화분야 고용 창출 및 안정화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일자리 81만 개 창출' 공약을 수행할 때 수적팽창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노동의 질과 양성평등이 가능한 시스템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본다. 그렇지 않으면 문화정책의 공정성, 독립성, 자율성, 투명성 등의 개념은 실행이 아닌, 그저 허울 좋은 수사(修辭)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손경년 前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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