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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신공]선생님이 들려주는 우리고장 역사/아픈 역사라도 기억해야 하는 이유

신사터, 일제강점기 염전마을 실상 흔적
옥구 신사터
옥구 신사터 /원일중 제공

남한 최대 '군자염전' 있던 시흥 옥구공원
민족말살정책 추진 시설 세우고 참배시켜
청산돼야 할 잔재지만 '우리 이야기' 품어


시흥시 옥구공원 한적한 곳에는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신사터가 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휴식을 위해 찾는 이 공원에 아직 일제의 잔재가 남아있다니 무슨 일일까요? 이곳은 일제강점기 때 군자염전이 있던 곳입니다. 이 염전은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에 조성돼 남한 최대의 염전이 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소금 생산은 주로 바닷물을 끓여서 생산했는데, 일본에 의해 염전 기술이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천일염이 생산된 것입니다. 일제는 우리나라 서, 남해안 일대 갯벌에 염전을 개발해 본격적으로 천일염을 생산하는데, 가장 큰 염전이 바로 이 군자염전이었습니다. 바로 근처에 인천항이 있다는 것이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조성된 염전에는 일본에서 온 염전 기술자들이 머물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옥구도에 일본인 염전 기술자들이 머무는 숙소를 지었습니다. 이곳을 얼마 전까지 '관사'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그 일본인 기술자들의 자녀들이 이곳에 함께 지내면서 그들의 교육문제가 발생하자 1930년 이곳에 학교를 세웠는데, 그 학교가 바로 '군자심상소학교'였습니다. 얼마 되지 않는 일본인 학생들을 위해 세웠던 것이죠.

그런데 당시 이곳 염전에서 일하던 대부분의 염부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었고, 그들의 자녀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그 학생들이 다닐 학교가 없자 지역의 유지들이 나서서 학교를 세우게 되는데, 당시 신문 기사를 살펴볼까요?

『시흥군 군자면 옥구도에는 조선인이 125호, 일본인이 21호가 거주한다. 그런데 일본인은 학생이 불과 10명인데 번듯한 심상소학교를 설립하고 있어도, 조선인은 다수의 학생이 있으나 통학할 학교가 없다. 이에 분발한 유지 정춘근, 박상운 외에 여러 사람들이 우선 사숙을 설치하고, 김준식씨를 교사로 가르치게 하여 다수 학생의 성적이 양호하였다. 여기에 더욱 힘을 얻어 작년(1932년) 10월에는 사숙제를 고쳐 오이도학술강습소라하고 당국에 신청하기로 하는 동시에 강습소 10칸까지 신축하던 중 날씨가 추워 준공을 못하였는데, 24일에 정춘근, 박상운 외 여러 사람이 협의하여 강습소 집도 속히 준공할뿐더러 강습소 내부도 충실하게 할 계획을 세웠다하여 많은 사람들이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한다. 동아일보 1931년 3월 3일』

교육에 대한 열정으로 어렵게 학교를 세워서 많은 우리나라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게 됐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 일제의 민족 말살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전국 곳곳에 많은 신사가 세워지는데 옥구도의 작은 이 염전 마을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일제는 신사를 세워 일제에 충실한 황국 신민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입니다.

이곳 염전에서 일하셨던 한 할아버지는 "신사 참배 하는 것 봤지, 손을 붙잡고 그냥 묵념하는 거지 뭐, 무슨 기념일 같은 때 그날 대개 했구. 일본 본토 기념일 날에 여기두 같이 했지. 신사라구 이렇게 막대기로 맨들어 놨어, 조그맣게 생긴 집이 있었지, 나무로 만든 일본식 집"이라고 생생하게 당시의 모습을 증언해 주셨습니다.

당시 염전에서 일하던 염부들과 우리나라 학생들도 이곳에 와서 참배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해방이 되고 나서 청산돼야 할 일제의 잔재가 아직까지 이렇게 남아 있다니 참 놀랍죠? 하지만 어쩌면 이렇게 남아있는 것이 다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라도 남아있으니 당시의 실상을 알 수가 있으니 말입니다.

자랑스러운 것만이 우리 역사가 아니고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역사도 역사입니다.

/신대광 원일중 수석교사

※위 우리고장 역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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