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윤리의식의 재정립이 필요한 대학원

김창수

발행일 2017-07-05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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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평가 의식 경쟁에 목매어 인권 소홀
교수와 학생 관계 학문적 동반자 인정해야
가이드라인 실천여부 등 자료로 반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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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대학원생이 지도교수에게 사제폭발물을 보내는 충격적 사건에 이어 대학원생들이 지도교수의 가혹행위를 폭로하고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사태가 명문사립대에서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대학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그동안 국내 대학들은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며 대학원 기능을 강화해왔다. 정부도 현재 전국의 주요 대학을 세계수준의 연구중심 대학으로 육성하기 위해 투자를 늘려 왔다. '두뇌한국21 사업'(BK21), '누리사업' 등을 통해 국내 대학의 연구경쟁력은 강화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 학문 후속세대로 국가의 미래를 열어 가야할 주역이라 할 수 있는 대학원생들의 교육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최근 서울대 인권센터가 발표한 '2016 인권실태 및 교육환경 조사'에 의하면 대학원생 34%가 폭언과 욕설을 겪고 있으며, 14.6%는 집단 따돌림을 경험하고 있으며, 40%는 조교나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도 적절한 보수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의 개인업무 수행이나 논문 대필 등의 비윤리적 행위도 강요되고 있다고 한다. 대학원생의 19.4%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우울증 경험률은 학부생의 우울증 유병률 (7.5%)의 3배에 달하는 수치이며, 한국인들의 우울증 평균 유병률(5%)의 4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대학원생은 학업과 연구를 동시에 수행하는 피교육자, 연구자인 동시에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연구실 행정을 분담하는 노동자의 역할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지도교수와 제자라는 특수한 관계 때문에 인권침해가 발생해도 적극적인 대응이 어렵기 때문에 개선도 더딘 실정이다. 대학교수가 성추행이나 가혹행위를 해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지도교수와 제자라는 특수한 관계 때문이다. 국내 대학들이 대학평가를 의식한 경쟁에 목을 매달고 있는 것도 대학이 인권을 소홀히 하는 배경이다.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원생들은 학문후속세대가 아니라 지도교수의 논문발표나 연구프로젝트와 같은 성과 달성을 위한 노동력으로 취급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식 공동체인 대학원에도 새로운 윤리의식의 정립이 필요하다. 사제관계에 대한 우리의 전통에는 스승과 제자를 수직적으로 보는 봉건적 의식이 남아 있다. 문하(門下) 관계의 전통은 책임 있는 스승과 헌신적인 제자의 모습을 상기시키지만 자칫 폐쇄적 가족주의나 파벌주의로 흐를 우려도 있다. 대학원이 참된 지성의 공동체가 되려면, 대학의 구성원들이 교수와 학생간의 관계를 학문적 동반자 관계로 인정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는 대학원생들의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 금지, 학업·연구권, 복리후생권, 안전권, 연구결정권 및 부당한 일에 대한 거부권, 사생활 보호권, 지식재산권, 인격권 등 대학원생의 권리를 담은 '대학원생 인권 장전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지만 그 실천은 대학의 자율에 맡겨 있다. 문재인 정부도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하고 인권위의 권장 사항의 이행여부를 기관평가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앞으로 교육부 업무평가, 그리고 개별 대학에 대한 평가에서 대학의 인권 전담기구 설치와 운영, 인권교육 실시, 인권가이드라인 실천 여부 등을 중요한 평가 지표로 삼아 반영할 필요가 있다.

/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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