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연인]바다 보아라

권성훈

발행일 2017-07-10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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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에게 바치느라

생의 받침도 놓쳐버린

어머니 밤늦도록

편지 한 장 쓰신다

'바다 보아라'

받아보다가 바라보다가//

바닥 없는 바다이신

받침 없는 바다이신//

어머니 고개를 숙이고 밤늦도록

편지 한 장 보내신다

'바다 보아라'

정말 바다가 보고 싶다

천양희(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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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생의 떠받침도' 없이 자신을 '놓쳐버린' 당신의 어머니도 '바다'를 닮았다. 좀처럼 바닥을 드러내지 않고, 깊고 푸르게 자기를 "자식들에게 바치느라" 멍들어 울고 있는 어머니. 어쩌면 자식이라는 '편지 한 장'을 세상에 완성하기 위해, 남은 심(心)까지 깎아주려고 오신 줄도 모르겠다. "바닥 없는 바다이신/받침 없는 바다이신" 눈물 많으셨던 생애를 돌이켜보면 힘들고 고단했다고 탓하는, 나의 하루도 어머니의 오래된 문장 속에 검게 그을려 있다. 오늘은 그렇게 바닥없는 바닥으로 출렁거리며 사셨던 어머니가 한 없이 그리워진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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