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연인]고백성사 -못에 관한 명상

권성훈

발행일 2017-07-17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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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을 뽑습니다

휘어진 못을 뽑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못이 뽑혀져 나온 자리는

여간 흉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성당에서

아내와 함께 고백성사를 하였습니다

못자국이 유난히 많은 남편의 가슴을

아내는 못 본 체하였습니다

나는 더욱 부끄러웠습니다

아직도 뽑아내지 않은 못 하나가

정말 어쩔 수 없이 숨겨 둔 못대가리 하나가

쏘옥 고개를 내밀었기 때문입니다

김종철(1947~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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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못이 상징적으로 작동할 때, 못은 일상적인 것을 넘어서 수많은 의미의 못으로 박힌다. 이때 못은 못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상상 사이에서 전도되면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를테면 못이 가지고 있는 날카로운 성질은 누군가의 표면을 뚫고 가슴에 뿌리박는 것으로 형상화된다. 타자에게 못을 박는 주체가 나일수도 있고, 타자가 주체가 되어 나에게 못을 박을 수도 있다. 특히 가슴에 '휘어진 못'이 있다는 것은, 그 만큼 고통을 감수해야 그것을 뽑아낼 수 있으며, 그것을 제거하더라도 그 자리는 흉터로 남기 마련이다. 이러한 흉이 많다는 것은 못자국이 가슴에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뽑아도 뽑히지 않는 못대가리가 있다는 것은 고백한다고 해서, 용서할 수 없는 죄의 뿌리가 깊다는 말이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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