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미의 나무이야기]불꽃같은 자태로 화려한 축제를 연출하는 자귀나무

조성미

발행일 2017-07-17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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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후텁지근해서 짜증나기 쉬운 장마철이다. 한껏 녹음이 무르익어가는 요즘 숲이나 공원 등에서 곱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자귀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자귀나무는 여름에 가장 독특하면서도 화려한 꽃을 피운다. 짧은 진분홍색 비단실을 부챗살 모양으로 펼쳐 놓은 것 같은 꽃은 마치 공작새 수컷이 화려한 날개를 펼친 듯해 단번에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특이한 모양의 꽃은 사실 꽃잎이 아니라 수꽃의 수술이다. 우산모양으로 모여서 피는 꽃은 나무 제일 높은 곳에서 한 가지에 스무 개 정도 피는데 수꽃의 꽃잎이 퇴화되어 3㎝쯤 되는 수술이 술잔 모양의 꽃받침에 싸여 있다. 수꽃 사이에 달리는 암꽃은 피지 않은 꽃봉오리처럼 봉곳한 망울들을 맺고 있는데 수꽃과 달리 아주 수수한 생김새다.

자귀나무는 꽃만큼이나 잎의 모양도 매우 독특하다. 줄기에 잎이 하나씩 달리지 않고 초승달 모양의 작은 잎들이 모여 하나의 잎을 만들고 이들이 다시 줄기에 달리는 깃꼴 겹잎이다. 아까시나무처럼 대부분의 겹잎은 개개의 작은 잎들은 서로 마주보고 달리고 가지 끝에 홀로 달린 잎이 있는데 자귀나무는 홀로 남는 잎이 없이 완벽하게 짝이 맞는다. 낮에 활짝 퍼져 있던 잎은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하거나 비가 오면 서로 마주 보며 접히는데, 이 모양을 보고 부부의 금슬을 뜻하는 합환목, 합혼수, 야합수 등의 이름으로 불렀다. 집안에 심으면 부부간의 애정이 두터워진다고 하여 결혼 초 울타리 안에 심기도 했다. 그러나 제주도에서는 아이가 나무 밑에 누우면 학질에 걸린다고 하여 집안에 심는 것을 금기시하기도 했다. 자귀나무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는데 '짝나무'에서 '짜기나무'를 거쳐 생겼다는 것과 목재를 찍어서 깎고 가공하는 연장인 자귀의 손잡이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나무였기 때문에 자귀나무가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경상도에서는 소가 좋아해 아주 잘 먹는다고 해서 '소쌀나무' 또는 '소쌀밥나무'라고도 부른다. 서양에서는 실크트리 즉 비단나무라고 부르고, 남태평양의 휴가지로 유명한 사이판에서는 자치령의 국화로 정하기도 했다.

자귀나무는 낙엽활엽수교목으로 장미목 콩과에 속한다. 우리나라 황해도 이남에 분포하며 아시아와 중동이 원산지이다. 햇빛을 좋아하는 양수이며, 보통 3~5m 정도로 자란다. 회갈색의 줄기는 껍질이 갈라지지 않으며, 가지가 많이 나와 길게 옆으로 퍼져 역삼각형 모양이다.

10월에 열리는 열매는 콩과식물답게 15㎝ 정도의 납작한 긴 콩꼬투리 모양의 열매가 다닥다닥 달려 겨울을 난다. 스산한 겨울바람에 자귀나무 열매가 바람에 부딪히는 소리가 유난히 시끄러워 여자의 혀에 비유해 '여설목'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우리 조상들은 자귀나무가 자라는 모양을 보고 농사에 활용하기도 했다. 자귀나무는 5월경에 잎이 늦게 나오는데 움이 트게 되면 늦서리가 없으니 마음 놓고 곡식을 파종할 수 있고, 첫 번째 꽃이 필 무렵에 팥을 밭에 뿌렸다.

한방에서는 자귀나무 껍질이나 꽃이 진통이나 강장, 진정효과가 있다하여 신경쇠약이나 불면증에 약재로 사용했다. '동의보감'에는 껍질이 '맛이 달고 독이 없으며,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근심을 없애고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고 나와 있다.

/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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