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 UP'을 가다·18]손목 밀폐형 비닐장갑 개발 박일수 비마인 대표

일회용 비닐장갑 '소비자 니즈'를 잡다

임순석 기자

발행일 2017-07-18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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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하던 딸, 비닐장갑 손목 묶는 고무줄 못찾아
엄마에게 찾아달라고 하다 '사소한 말다툼' 목격
'비닐장갑을 손목에 묶을 방법 없을까' 고민 계기
끝부분에 양면 테이프 붙이는 아이디어로 '창업'
특허·디자인 등록등 마쳐… 10여개국 주문 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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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디흔하게 쓰이는 '일회용 비닐장갑'. 나이 쉰이 넘어 이 비닐장갑 하나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이가 있다. 인천의 유망 창업자인 박일수(54) '비마인' 대표의 이야기다. 그가 개발한 비닐장갑부터 소개하면 이렇다. 이른바 '손목 긴 스티커 부착형 일회용 비닐장갑'.

포털 사이트에서 '비마인 장갑'이라고 검색하면 제품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박일수 대표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그리고 세계에서 유일한 손목 밀폐형 비닐장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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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 긴 스티커 부착형 일회용 비닐장갑'인 비마인 장갑.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이 비닐장갑은 손목이 긴 편이다. 특히 손목 부위 한쪽이 길고 그곳에 양면테이프(스티커)가 붙어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비닐장갑을 손에 끼운 뒤 스티커를 떼고 그 부위를 엄지와 검지로 잡아 손목을 감싸듯이 빙 돌려 붙이면 된다.

"기존 제품은 사용하다 보면 흘러내리거나 물이 쉽게 들어가죠. 집안일을 거들다가 이런 불편함을 느끼고 고안한 것이 바로 이 손목 밀폐형 비닐장갑입니다."

김장을 할 때나 화장실을 청소할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비닐장갑이다. 또 겨울철 공사장에서 손이 시린 것을 막는 내피용 장갑으로 쓰기도 좋다. 손을 다쳐 샤워하기 어려울 때에도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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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딸의 사소한 시비가 이 비닐장갑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게 된 계기가 됐다. 어느 날 대학에 다니는 딸이 집에서 염색하던 중 엄마에게 비닐장갑 손목에 끼울 노란색 고무줄을 찾아달라고 했다가 말다툼이 난 것이다.

"흔한 노란색 고무줄도 찾으려면 없기 마련"이라는 그는 "아내와 딸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아예 비닐장갑 손목을 묶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보기에는 단순해도 특허 등록과 디자인 등록, 실용신안 출원, 상표 출원 등을 한 아이디어 제품이다. 박 대표는 "누군가는 비닐장갑에 스티커를 하나 붙이는 게 무슨 특허냐고 할지도 모르겠다"면서 "한국무역협회 홈페이지에 제품 정보를 올렸더니 전 세계 10여 개국에서 주문 상담이 왔다. 이미 국제특허 출원도 마쳤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창업한 그는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있는 (사)한국소호진흥협회 인천지회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1인 창조기업이란 1인 또는 5인 미만의 공동사업자로 상시 근로자 없이 사업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센터는 이런 1인 창조기업에 경영·기술·관세·회계·세무·인사·노무·디자인 등 맞춤형 지원을 해주는 곳이다.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되죠. 사무실 구하기가 어디 쉽습니까. 월 임대료만 해도 수십 만원씩 하는데 말이죠. 여기는 관리비 10여만원만 내면 되니까요. 저는 종잣돈 500만원으로 시작했습니다. 한번 무너지면 회복하기 어려운 나이라서, 아마 재산을 올인해야 하는 사업이었다면 시작도 못 했을 겁니다."

박 대표는 "무엇보다도 센터에 되도록 오래 남아있고 싶은 이유는 정부의 지원사업 등 각종 정보를 체계적으로 안내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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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유망 창업자인 박일수(54) '비마인'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손목 긴 스티커 부착형 일회용 비닐장갑'인 '비마인 장갑'의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박 대표는 '영업맨'이었다. 대학 졸업 후 30여 년을 자동차와 보험 등의 영업 현장에서 뛰었다. 최근까지도 보험설계사로 일한 그는 처음에 자신이 개발한 비닐장갑을 고객 판촉용으로만 활용하려고 했다. 그러던 중 주변의 권유로 지난해 말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한 제품박람회에 참가하면서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박 대표는 "사실 이 나이에 사업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긴가민가한 마음으로 시제품 1천 개를 가지고 갔는데, 반응이 좋아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올 3월 초 출시된 제품은 특히 아파트 분양 등의 판촉물(10매)로 인기가 좋다고 한다. 납품하면서 돈은 돈대로 받고 제품 홍보는 공짜로 하는 '1석 2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정부기관의 도움을 받아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50매짜리 800개를 팔고 오기도 했다. 8월 초에는 서울·경기·인천 등지의 대형마트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창업을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생활 속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해답을 찾아가다 보면, 얼마든지 아이디어 제품들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나이가 많아서, 사업 자금이 넉넉지 못해서 주저하고 있다면 용기를 내보세요. 정부기관에서 운영하는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며 사업을 할 수도 있습니다. 주위의 많은 도움을 받으며 여기까지 온 만큼 사업에 성공해서 어려운 이웃들을 많이 돕고 싶습니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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