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 세상]사면초가(四面楚歌)

고재경

발행일 2017-07-24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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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사면초가(四面楚歌)는 사방에서 들리는 초(楚)나라의 노래라는 뜻이다. 유방의 한나라는 항복한 초나라 병사들로 하여금 고향 노래를 부르게 해서 패색이 짙은 초나라 항우로 하여금 자결하도록 유도한다. 이처럼 사면초가는 적에게 둘러싸인 상황 또는 그 누구의 지원 없이 고립무원에 빠진 상황을 일컫는다.

JK 김동욱이 부른 '미련한 사랑'(작사:박창학, 작곡:이병훈) 노랫말은 떠나가려는 여자를 붙잡고 싶은 남자의 사면초가 위기 상황을 담고 있다. 화자인 남자는 다가올 내일 일은 알 수 없다고 '아무렇지 않은 듯' 매몰차게 말하는 여자가 야속하다. 그 여자가 '마치 언제라도 나를 떠나 버릴 수 있을 것처럼' 남자의 애정 전선에 냉기류를 형성한다. 헤어지려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두 사람 사랑에 빨간 적신호가 켜져 있다. 남자는 여자를 도저히 떠나보낼 자신이 없다. 그저 '힘없이 웃고 있는' 자신이 두려울 뿐이다. 그러기에 남자는 자신의 사랑을 답답하고 어리석은 '미련한 사랑'으로 인식한다. 더 나아가 임박한 이별에 애타며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간다.

갈수록 남자는 '헤어날 수 없는' 사랑의 사면초가에 빠져든다. '그 어떤 우연이' 그가 '모르는 아주 먼 곳으로' 자신의 여자를 데려갈 수 있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이때 남자는 자신과 여자가 애정의 출발선이었던 처음 '만난 곳으로' 그리고 '아직 그대로 남아 있는 곳'으로 원점 회귀의 심정을 토로한다. 이같이 가슴 시린 애틋함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속절없는 미련과 아쉬움을 뒤로한다. 결국, 그는 고립무원의 처지에 내몰리게 된다.

에스크로가 부른 인디음악 '하루만이라도'(작사:정연태, 아루앤 폴, 작곡:정연태) 노랫말에도 초나라 병사 노래처럼 사방에서 벼랑 끝에 선 인생 노래가 들려온다. 하루살이 삶으로 살아가는 세일즈맨 화자의 인생에 희망의 무지개는 실종됐다. 그는 오늘도 '열기 오르는 보도블록 바닥을' 뛰고 또 뛴다. 오전에 외친 '대박'이 '현실'이 되길 꿈꾼다. 그러나 돈도 없고 '백'도 없는 '벼랑 끝' 인생만이 철저히 그를 지배한다. 그에게 어릴 때부터 소망해온 '무지갠' 사라진 지 오래다. '구렁이 상사'의 매서운 눈치를 살펴야 하고 매일 '폭탄주'를 마셔야 하는 운명의 남자 세일즈맨의 비애가 노랫말 전반을 관통한다.

화자는 '하루만이라도' 실컷 잠을 자보고 싶다는 꿈을 말한다. 그러나 죽음을 상징하는 회색 빌딩 숲을 지날 때 그에게 남은 것은 생존 본능인 '오기'뿐이다. 영업 실적을 올려야 하는 부담 백배의 사면초가에 빠진 화자이다.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목청껏 소리 지를 한순간의 여유도 없다. 그것은 단지 희망 사항일 뿐이다. 화자는 위기의 덫에서 빠져나올 기회가 원천 차단되어 있다. 그의 인생은 '지각 인생'인 동시에 배수진을 친 진퇴양난 인생인 셈이다.

삶의 성패와 흥망은 순간이다. 누구나 인생에 초나라 노래가 들려와서 궁지에 빠질 때가 올 수 있다. 인생 자체가 세일즈맨처럼 무거운 심리적 압박에 시달릴 때도 다반사이다. 위기에 처할수록 '하루만이라도' 하늘의 아름다운 무지개를 꿈꿔보자. 꽉 막힌 숨통을 잠시나마 틔우지 않을까 싶다.

/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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