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피해로 '생이별' 심영수씨 사무치는 父情

전처가 빼돌린 내딸 "한번만 안아봤으면…"
지동
24일 수원시 지동에 사는 심영수(48)씨가 자신의 집 거실에서 딸 하은이 사진을 움켜잡고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 /김종택기자 jongtaek@kyeongin.com

금전요구·외도의심 '고통'
협의이혼·양육권 얻었지만
가족들 방해 얼굴도 못봐
한국 공권력 타국 못미쳐
600일간의 고소도 물거품
센터 접수 유사사례 200건
"되찾는 길 납치뿐인가"


"하은아, 하은아, 내 딸 하은아." 지난해 10월 베트남 최남단 까마우(Ca Mau)성의 한 가정집 앞에서 한 남자가 하은이(5)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었다. 딸을 찾아 베트남 처가를 방문한 수원시 지동에 사는 심영수(48)씨.

집에서 나온 베트남 남자는 하은이를 보여줄 수 없다며 모터보트에 태워 집과 이어지는 저수지 한복판으로 데려갔다. 쫓아 나온 베트남 여인 역시 "당장 돌아가지 않으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며 위협했다. 결국 심씨는 15분 만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

심씨는 지난 2011년 7월 회사 동료의 소개로 베트남 출신 이모(36·여·한국국적 취득)씨와 결혼한 뒤 곧 딸 하은이를 낳았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동네 슈퍼 여주인과 손 인사만 해도 의심을 받았다.

어떻게든 가정을 유지해보려고 베트남 처가에 5천만원을 보내 집을 새로 지어주기도 했지만, 금전 요구는 끊이지 않았다. 집안에 있던 돈은 저금통 하나까지 모두 가져갔고, 심지어 심씨가 운영하는 사업장의 보증금까지 빼돌리려 했다. 결국 이들은 4년 만에 협의 이혼하기로 했다.

딸 하은이를 잃은 것이 이때였다.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던 중 이씨가 돌연 하은이를 데리고 베트남으로 떠난 것.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0월 법원은 두 사람의 이혼을 허락했고, 심씨에게 양육권을 맡겼다.

심씨는 곧장 베트남으로 향했지만 처제 내외 등 이씨 가족의 방해로 하은이의 얼굴조차 보지 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은이 걱정에 매일같이 울다보니 시력은 급속도로 나빠졌고 돋보기 없이는 코앞의 글씨도 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전처 이씨가 한국에 와 의왕시에 산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혼소송을 진행했던 변호사의 도움으로 이씨를 국외이송약취·피약취자국외이송 혐의로 고소했지만, 베트남에 있는 하은이에게까지는 한국 사정기관의 공권력이 닿지 못했다.

5개월 만인 지난 13일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증거불충분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하은이를 데려오기 위해 기다리던 600여일이 물거품이 되던 순간이었다.

국제 협약에 따라 부모 중 일방이 외국으로 빼돌린 아이를 인도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는 주변의 조언이 있었지만, 베트남은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 체결국이 아니어서 심씨는 또다시 고개를 떨궈야 했다.

최근에는 심씨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다. 하은이를 찾겠다며 어머니 간병을 소홀히 한 아들 심씨는 또 다른 응어리를 가슴에 박아야 했다.

심씨는 "유아 인도 소송을 하려고 해도 아이 엄마가 송달장을 받지 않아 재판조차 열리지 않고 있다. 하은이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무책임한 아비"라며 "하은이를 데려올 수만 있다면 목숨이라도 내놓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국외에 아이를 두고 그리워하는 부모는 심씨 뿐만이 아니다. 국제결혼피해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만 200건 이상이다. 자식과 생이별한 부모가 갈수록 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어떠한 도움도 줄 수 없는 상황이다.

김형하 국제결혼피해센터 조사국장은 "영아유기탈취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눈물짓는 한국 아버지를 도와 아이를 되찾을 방법은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아이를 데려올 방법은 역탈취, 즉 납치뿐"이라고 말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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