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인천의 아픈 손가락, 북성포구

윤미경

발행일 2017-07-27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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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미경022
윤미경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북성포구 매립과 관련한 논란을 지켜보면서 문득 일본 오사카를 방문했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빌딩 숲에 있는 오사카 미술관은 빽빽한 도시의 갈증을 풀어주듯 지중 미술관으로 지어진 쉼표 같은 공간이었다. 잠깐 시간이 나 산책을 나갔는데 빌딩 사이에서 오래된 사당 같은 곳을 만났다. 지붕은 낡고 칠은 벗겨져 흉한 모습인데다 바닥에는 잡풀이 무성했다. 세련되고 화려한 도시에서 만날거라 예상하지 못했기에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아, 여기가 일본이구나!' 작고 허름한 서낭당 같은 곳을 '낡은 모습' 그대로 지켜내는 것을 보면서 도시의 정체성을 생각하게 했었다.

북성포구는 인천의 개항장으로 아펜젤러나 알렌 같은 선교사들이 이곳을 통해 처음으로 조선 땅에 발을 디뎠을 것이다. 북성포구 이외에도 인천엔 항구도시로서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보여주는 몇몇 작은 포구들이 존재한다. 소래포구나 만석부두같은 포구들은 세련됨과 편의성 및 효율성이 강조되는 오늘날의 도시에는 적합하지 않은 듯 보이지만, 사실 인천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아이콘' 같은 장소다.

파리에는 에펠탑이 있고 서울에는 궁궐이 있듯이 인천엔 항구가 있다. 우리가 지나치게 규모에 집착하면서 작지만 소중한 것을 외면한다면 인천은 결코 명품도시로 거듭날 수 없다. 복잡하고 바쁜 도시 공간에 여백 같은 곳이 유럽의 '고성'이고 서울의 '궁궐'이고 인천의 '포구'다. 이런 곳이야말로 도시 관광을 이끄는 '콘텐츠'다. 이 역사적인 장소를 주변 공장의 오폐수들로 인해 갯벌이 오염돼 악취가 심하다는 이유로 매립해 없애자는 주장에 쉽게 동의할 수 없는 이유다.

갯벌은 지금 죽어있는 것이 아니다. 너무 아파서 정상적이지 못할 뿐이다. 우리가 함께 정성껏 치료하면 갯벌은 다시 살아날 것이다. 손가락이 곪았다고 해서 잘라내지 않듯이 갯벌이 오염되었다고 포구를 통째로 없앨 수는 없다. 북성포구 하나를 없앤다고 오염과 악취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제도와 질서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공장은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법으로 강화하고, 행정은 오염 방지 장치들이 잘 가동되고 있는지 조사와 감시를 해야 한다. 도시공동체의 뜻을 모아 진행한다면 포구를 지켜내면서도 시민의 쾌적한 생활을 보장할 수 있다.

송림동에서 태어난 나는 배를 타는 아버지를 만나러 자주 북성포구를 갔었다. 뱃머리에서 커다란 대나무 바구니를 메고 성큼 성큼 뱃터로 올라오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주말에 북성포구에 갔었다. 석양이 길게 공장 굴뚝 사이 갯벌 언저리로 눕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살려달라는 포구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인천의 아픈 손가락, 북성포구를 이대로 두고 볼 수가 없다. 어떤 시인이 '몸의 중심은 가장 아픈 곳이라고' 말했듯이 지금 인천의 중심, 인천에서 자라고 공부한 인천 사람들의 중심은 '북성포구'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아날로그적이고 오래된 인천의 정체성인 '북성포구'를 살리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사회적 소통방식인 SNS와 클라우드 펀딩 등을 통해 북성포구 매립 계획의 부당성을 인천시민들에게 알리는 방법이 좋겠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속담이 있다. 지금이 바로 북성포구를 살려내야 하는 때다. 인천 사람들이 함께, 인천이 고향이 될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인천 시청 홈페이지에 '북성포구 보전'을 소망한다는 댓글을 달고 SNS활동을 열심히 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 우리의 실천이 모일 때 인천의 환경과 인천의 미래는 건강하게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윤미경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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