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올 여름에는 시장에 가보세요

박상일

발행일 2017-07-27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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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동네 슈퍼마켓과는 비교 안되는
푸짐한 양·덤… 밀고 당기는 '흥정맛과 정'
옛날 통닭·쑥개떡·인절미가 자꾸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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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일 경제부장
언제부터였을까. 주말에 장을 보러 갈 때면 너무도 자연스럽게 대형마트로 향한다. 주차도 편리하고 한 자리에서 웬만한 음식재료와 공산품을 모두 살 수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기도 하다.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데다가, 계산도 한 번에 끝내니 편리한 것으로 따지면 그만한 곳이 없다. 대형마트에서 미처 사지 못한 것은 온라인쇼핑몰을 뒤진다. 집에서 택배로 척척 받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뭔가 재미가 사라졌다.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에이~조금만 깎아주세요"나 "많이 사니 덤으로 하나만 더 주세요" 하는 흥정이 사라졌고, 단골 상점 주인과 얼굴을 맞대고 웃음을 주고받는 따뜻함도 찾을 수 없게 됐다. 금방 만들어 김이 무럭무럭 나는 튀김이며 부침개를 구석에서 쪼그리고 먹는 추억 돋는 재미도 기억 뒤편으로 가물가물 자취를 감췄다.

나는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시장통에 구멍가게를 운영하신 덕분에 시장통이 꽤 익숙하다. 대학교에 갈때 까지도 부모님의 가게와 집은 시장통 근처를 벗어나지 않았다. 장날이면 시장을 한 번씩 돌아다니며 구경했고, 그 버릇이 남아 지금도 장을 보러 다니는 것이 재미있다.

그래서일까? 언론사 경제부에 있는 동안 전통시장을 살리자는 기사를 꽤 많이 올렸다. 전통시장을 살리는 것이 경제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거듭 강조하면서 이번에는 꼭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라고 당부하곤 했다. 하지만 정작 스스로 전통시장을 얼마나 이용했는지를 돌아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연말정산 자료에 찍혀 나오는 전통시장 구매액을 볼 때마다 반성을 하는 것도 연례행사가 됐다.

그렇게 전통시장을 멀리하는 사이 전통시장에서 문구점을 하던 선배의 가게가 사라졌고, 종종 애용했던 시장 순대집은 주인이 바뀌었다. 전통시장을 지날 때면 여기저기 빈 점포를 보며 한숨을 쉰다. 시장에 익숙한 나도 전통시장을 잘 찾지 않으니, 지금 젊은 사람들이야 오죽하랴.

다행히도 요즘 전통시장들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변화가 한창이라고 한다. 몇몇 전통시장은 시장을 살리기 위한 사업단까지 꾸리고 꽤 재미있는 이벤트도 수시로 열고 있다. 수원 영동시장과 평택 통북시장에는 젊은이들이 주인인 가게 20여 곳이 한꺼번에 모여있는 '청년몰'도 문을 열었다. 시장에 새로운 기운이 돌고 있다고 하니 반갑기 그지없다.

내가 가입한 캠핑 동호회에서는 몇 해 전부터 '공정캠핑'이 화두로 떠올랐다. 공정캠핑은 출발하기 전에 대형마트에 들러 먹을 것을 바리바리 사서 싣고 가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준비만 하고 가서 현지 전통시장이나 소규모 상점들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연천의 한탄강오토캠핑장에서는 매년 '구석기 축제와 함께 하는 공정캠핑 페스티벌'이 열리는데, 캠퍼들의 참여와 호응이 좋아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생각이 난 김에 지난 주말 집 근처 시장을 한바퀴 돌아보고 순대를 한 봉지 사왔다. 5천원 어치 산 순대가 묵직하다. 집 앞 떡볶이집에서 산 순대와는 비교가 안되게 푸짐한 순대를 풀어놓고 아이들과 먹다보니 "역시 시장이 뭔가 다르긴 달라"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주말에는 시장 순대집에서 팔던 족발과 편육도 한 번 사 먹어 봐야겠다. 그 옆 통닭집에서 파는 먹음직스런 옛날 통닭도 생각나고, 그 앞 떡집에서 파는 쑥개떡과 인절미도 자꾸만 생각이 난다. 대형마트에도 이런 것들이 없지는 않겠지만, 눈앞에서 쓱쓱 썰어 넉넉히 담아주는 정(情)이 시장만 하랴.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이번 주말에 시장에 한번 가 보셨으면 한다. 옛날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재미와 넉넉한 인심을 즐기러.

/박상일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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