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하인의 옷을 입은 사자

장영미

발행일 2017-08-04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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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미의장
장영미 동두천시의회 의장
신비로운 순례길에 나선 여행단의 이야기, 헤르만 헤세의 '동방순례'에는 레오라는 하인이 등장한다. 식사준비와 짐 나르기 등 온갖 심부름을 도맡은 종 레오는 여행단에 필요한 것들을 살피고 그들이 지칠 때마다 노래를 불러 활기를 북돋는 등 순례 여정을 돕는다.

어느 날 레오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그간 순조롭던 순례길은 피곤에 지친 일행들의 다툼 등으로 혼란을 맞게 되고, 결국 중도에 순례를 포기한 사람들은 그때서야 하인 레오가 순례단에 꼭 필요한 소중한 존재였음을 깨닫게 된다.

소설 속 하인 레오에게서 착안하여 그린리프는 '섬김의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최초로 개념화한다. 인내·겸손·경청·공감·용서 등 인격존중을 바탕으로 한 섬김의 리더십은 조직을 위해 낮은 자세로 헌신·봉사하는 지도자를 이상형으로 삼고 있다. 지시와 명령 및 통제에 중점을 둔 전통적 리더십 패러다임의 획기적 전환인 섬김의 리더십은 이제 많은 이들이 바라는 지도자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런데, 그린리프의 구상을 보다 체계적으로 구체화한 스피어스는 경청과 존중, 봉사와 헌신 등 단지 겸손하고 낮은 자세의 하인적인 요소만이 아니라 섬김의 리더십 개념지표로 비전의 제시와 통찰력을 들고 있다.

즉 조직의 목표와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고 구성원들이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이끄는 조력자로서의 최종 의사결정 권위도 '섬기는 리더'의 덕목으로 남겨둔 것이다. 어쩌면 이는 당연한 것이다. 헌신적 봉사자인 '섬기는 리더' 역시 '리더'라는 사실은 불변이기 때문이다.

섬기는 리더의 대표적 모델로 꼽히는 링컨 대통령을 보아도 그렇다. 링컨은 여러 일화를 통해 겸손하고 따뜻한 포용력을 우리에게 가르친다.

라이벌인 슈어드가 국무장관 제의를 거절하자 손수 쓴 편지로 그의 마음을 움직였고, '사적인 감정으로 훌륭한 인재를 잃을 수는 없다'며 자신을 줄곧 헐뜯던 눈엣가시 정적(政敵) 스탠턴을 주위의 반대에도 국방장관에 임명한다.

하지만 링컨은 협력과 관용을 중시하는 부드러운 인간만은 아니었다. 연방통합이라는 확고한 원칙 아래 기어이 노예해방을 추진하였으며 자신의 절대적 소신을 위해서는 그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는 고집과 카리스마를 보이기도 했다.

헤세 소설 속 여행단은 순례포기 후 몇 년의 방랑 끝에 마침내 레오를 다시 만난다. 그리고 단지 하인인 줄로만 알았던 레오, 그의 정체는 여행단의 순례를 도운 교단의 최고 지도자였음이 비로소 드러난다. 순례여정이 순탄했던 것은 레오가 '하인'같은 자세로 일행을 섬겼기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레오는 순례의 뚜렷한 목표와 가치에 대한 신념을 구성원들에게 심어주며 여행단을 이끈 보이지 않는 '리더'였던 것이다.

'한 마리의 사자가 지휘하는 일백 마리의 양떼는 한 마리의 양이 지휘하는 일백 마리의 사자떼를 이긴다.' 나폴레옹이 좋아했다는 이 속담은 리더의 중요성을 간단하고 명쾌하게 정리한다. 핵심은 '사자'다. 리더란 기본적으로 사자와 같은 힘과 권위를 갖춰야 한다.

이 시대가 바라는 지도자는 큰 마음을 가진 '섬기는 리더'이다. 우리사회 크고 작은 수많은 집단들의 리더가 '하인(下人)의 옷을 입은 사자(獅子)'와 같기를 소망해 본다.

/장영미 동두천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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