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꽃잎에 닿자 한 마리 나비가
/된다.
언어는 /소리와 뜻이 찢긴 깃발처럼
/펄럭이다가 /쓰러진다.
꽃의 둘레에서 /밀물처럼 밀려오는 언어가
/불꽃처럼 타다간 /꺼져도,
어떤 언어는 /꽃잎을 스치자 한 마리 꿀벌이
/된다.
문덕수(1928~) |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
우리는 많은 에너지를 소통하는데 쓴다. 그 중심에는 언어가, 서로에게 가 닿기도, 와 닿기도 한다. 어떤 "언어는 꽃잎에 닿자 한 마리 나비가"되어 가 닿기도 하지만 어떤 "언어는 소리와 뜻이 찢긴 깃발처럼" 와 닿지 못하며 사라진다. "펄럭이다가 쓰러진다" 이때 언어는 공허한 펄럭임이며, 알 수 없는 잡음으로 사라질 뿐이다. 그것이 꽃의 언어라고 할 때, 꽃이 말하고자 하는 꽃말의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꽃의 둘레에서 밀물처럼 밀려오는 언어"를 들을 수 없다. 주변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귀머거리이거나, 상대가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면 벙어리에 불과할 뿐이다. 소통이라는 것은 '어?'하면, '아!'하는 것과 같이 "꽃잎을 스치자 한 마리 꿀벌"과 같이 달콤하게 젖어드는 것이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