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우리 아파트 '연못'은 살아남을까

이충환

발행일 2017-08-02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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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생태연못 예쁜 풍광 바라보는 즐거움
아이들 물속 뛰어들며 수초·나무 훼손 '눈살'
'나만의 즐거움' 아닌 '공존의 법칙' 가르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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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지난해 가을, 집을 줄여 옮겼다. 큰 아이를 시집보낸 뒤 그리 크지도 않은 공간이건만 집안이 늘 휑뎅그렁했다. 경기도 외진 곳의 연구소에 있는 작은 아이도 주말에만 집에 온다. 노상 우리 부부만 지내는 공간은 빈 곳이 많아 낭비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좀 작은 아파트를 찾아다녔다. 마침 사는 곳 바로 옆에 새 아파트가 입주를 앞두고 있었다.

이사 온 집은 3층이다. 집에서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멋진 정원 때문에 우리 부부는 주저 없이 저층을 선택했다. 웬만한 학교운동장 크기의 푸르고 너른 잔디밭을 가운데 두고 느티나무, 회화나무, 보리수나무, 적단풍, 적송과 오엽송, 키 작은 눈주목이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한 쪽에는 개울처럼 굴곡이 진 생태연못이 놓였다. 길이가 족히 70∼80미터는 되는 이 생태연못이 우리 아파트의 '핫 스팟'이다. 크고 작은 자연석과 나무들, 그리고 계절마다 바뀌며 피는 꽃들과 야생초들이 잘 어울렸다. 작은방에서부터 거실을 거쳐 안방에 이르기까지 집안 어느 곳에서나 그림처럼 눈에 들어오는 이 예쁜 연못을 보는 즐거움이 컸다. 매일 아침 창문을 열면 리조트에 와있는 것 같았다. 우리의 선택이 옳았음을 확인할 때마다 흐뭇했다.

아뿔싸!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봄날이 가물자 동네 개구리란 개구리들은 죄다 이 연못으로 모여들었나 싶었다. 그 개구리들이 알을 낳았다. 그 알이 올챙이가 되어 물속을 꼬물꼬물 헤엄쳐 다녔다. 소금쟁이까지 수면 위를 동동 떠다니자 우리 아파트 꼬맹이들이 서서히 연못으로 모여들었다. 개구리가, 올챙이가, 소금쟁이가 그저 신기하기만 한 녀석들은 그것들에 시선을 빼앗긴 채 연못 주변 풀과 꽃들을 마구 밟고 다닌다. 어디 그뿐인가. 끓는 피와 기운을 미처 다스리지 못하는 서너 녀석이 기어코 물속으로 텀벙 뛰어들었다. 이내 사내아이 계집아이 가리지 않고 연못으로 뛰어들어 '자연체험' 하느라 야단법석이다. 심지어 애들 아빠들까지 바짓단 걷어 올리고 뛰어들어 '추억놀이'를 한다. 그 덕분에 계절마다 피는 꽃과 잔잔한 풀들이 보기 좋았던 연못가에 아예 황토색 길이 생겨났다. 나뭇가지들이 뚝, 뚝, 부러져 나갔다. 물속 수초들의 허리는 반으로 꺾였다.

내 몸에 생채기가 난 듯 아팠다. 극심한 스트레스였다. 참다못해 창문을 열어 아이들을 타일렀다. 경비실에 전화를 걸어 단속을 좀 하시라고 부탁했다. 주민게시판에는 대책을 요청하는 글도 올렸다. 나만 '괴팍한' 아저씨였던 건 아니었나보다. 최근 입주자대표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됐단다. 그리고 며칠 뒤, 연못 위를 가로질러 작은 목교(木橋)가 놓여졌다. 다리 위에서라도 볼 수 있게끔 해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일 게다. 배려와 발상이 돋보인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못될 것이다. 출입금지 푯말을 세우고, 금줄을 쳐도, 아이들은 여전히 연못가에 길을 내고, 물속을 헤집고 다닐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교육이 '공존(共存)'을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그 의미와 가치를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의 즐거움이 함께 사는 다른 이들에게는 불편함과 불쾌함이 될 수 있다는 그 명백한 사실을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두의 즐거움이 골고루 나눠져야 하는 공간인 아파트 생태연못 속에서 내 아이가 개구리 잡고, 올챙이 잡고, 소금쟁이 잡는 혼자만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걸 대견하게 지켜보는 게 허용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걸 자연체험쯤 된다고 생각하는 반교육적 사고가 여전히 존재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내 아이가 소중한 만큼, 내 아이의 즐거움이 중요한 만큼 '공존의 법칙' 또한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게 될 세상이 깨지지 않고 온전하게 지속되길 바란다면.

/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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