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북한 핵무장에 맞서는 우리의 선택

윤인수

발행일 2017-08-07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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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과 대등위한 수단은 비대칭 전력 평준화
사드 대가로 전술핵 재배치 요구 국익 합당
원치않지만 운명 지키려면 불가피 할 수도


윤인수 편집국 국차장(총괄부국장)
북한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 한반도 한구석에서 패악질을 부리던 악동에서 국제사회가 무시할 수 없는 신흥 패권국가로 발돋움 중이다. 미국을 사정권에 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시킨 직후의 현상이다. 미국이 북한을 비중있게 다루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백악관이 북한을 향해 대북 경제제재와 무력행사를 경고하는 성명을 매일 쏟아내고 있다. 급기야 무역보복으로 중국을 압박해 지난 주말 대북제재결의안을 UN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북한은 미국에게 현실적인 위협이 됐고, 미국은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려 대화든 무력이든 북한을 직접 상대하는 상황에 몰린 형국이다.

핵무장 국가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1962년 쿠바위기에서 가늠할 수 있다. 미국은 구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자 쿠바해역을 봉쇄했다. 플로리다 해안에서 90마일 떨어진 곳에 소련의 핵미사일 기지가 들어서는 걸 방관하느니 핵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였다. 케네디의 용기를 보여준 역사적 에피소드로 회자된다. 실제로 미국은 본토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전쟁이라는 옵션을 감행하는 나라다. 우리가 쿠바위기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 또 있다. 소련이 거둔 외교적 성공이다. 쿠바해역 봉쇄 직후 소련이 케네디의 겁박에 질려 미사일 기지를 철수한 것 같지만, 그 이면엔 미국의 양보가 있었다. 미국은 소련이 미사일 기지를 철수하는 댓가로 쿠바 불침공과 터키의 미사일 기지 철수를 약속했고 지켰다.

쿠바위기에서 보듯이 미국은 본토의 안전과 국가이익에 매우 민감하고 안전과 이익이 위협받는 상황이면 전쟁도 마다 않는다. 그러나 핵탄두를 보유한 나라와의 전쟁은 원치 않는다. 단 한발의 핵탄두라도 미 본토에서 폭발하는 걸 용인하지 않는다. 쿠바위기 당시 미국은 소련의 10배가 넘는 핵무기를 보유했다. 하지만 비대칭 절대무기 핵폭탄은 10발이 터지나 100발이 터지나 피해의 효력은 거의 동등하다. 결국 소련은 핵무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쿠바위기를 통해 공산주의 동맹국 쿠바를 보호하고 턱밑의 위협이었던 터키의 미국 미사일 기지를 제거하는 실익을 거둔 것이다. 핵무장 국가는 무장의 경중에 상관없이 동등한 지위를 갖기에 이룬 소련의 성과였다.

북한은 스스로 작성한 한반도 신냉전 시나리오로 국제사회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이미 예고된 6차 핵실험이 성공하면 역할과 비중은 더욱 확대될 것이 틀림없다. 북한의 시나리오대로라면 쿠바위기에서 보듯이 미국은 북한을 실질적인 대화 파트너로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이미 조짐은 코리아 패싱으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은 동맹인 한국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일방적인 북한관리에 돌입한 상태다. 북한 또한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평화제안을 무시하고, 핵드라이브 속도를 높일 것이 분명하다.

미·북간의 직접 대결 국면이 노골화되면서 대한민국의 처지가 딱해졌다. 북한이 작성한 한반도 신냉전 시나리오에서 한국의 역할은 없다. 외견상 한·미·일 동맹과 북·중·러 동맹의 대결양상이니 우리 역할이 전무하다 할 수는 없지만, 북한의 핵무장 능력이 확대될수록 한반도 사태의 당사자는 미국과 북한 중심으로 흘러갈 것이 틀림없다. 북한에 대한 통제력을 발휘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중국은 조·중동맹의 가치를 강조하고, 동맹인 일본과는 소원하며 혈맹인 미국과는 상황인식의 차이가 현격하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상황을 주도할 운전대를 잡을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대한민국이 북한의 핵무장을 통제하고 한반도 평화정책을 주도할 정도의 대등한 대북 협상력을 확보하기 전에는 가능하지 않은 수사다. 핵무장 국가 북한과 대등하기 위한 수단은 간단하다. 핵무장을 하든, 전술핵을 재배치 하든 남북간 비대칭 전력의 평준화를 이루는 일이다. 사드가 미국 방어용이라면, 이를 전개시켜주는 대가로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는 국익에 합당할 수 있다. 물론 원치 않는 일이다 피하고 싶은 선택이다. 하지만 우리 운명이 남의 손에 결정되는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다.

/윤인수 편집국 국차장(총괄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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