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연인]강물을 보면서

권성훈

발행일 2017-08-07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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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상처를 남기고 떠난 사람들

용서하자, 용서하자 하면서도 저 강바닥의 수심 같은 옹이 하나,

한 사람이 또 한 사람의 등을 밟아야 오를 수 있는

저 물살의 무게,

그들도 내 등을 밟고 가느라 꽤도 힘들었을 게다

내 등에 박힌 상처, 상처에서 불꽃 수시로 피어오르는데

오늘 이 강에 이르러서야 물결처럼 놓아 주어야 한다는 생각,

생각의 깊이로 돌아가 누워야 할 물의 심지

그 심지에 이르러 나를 버리는 일,

상선약수上善若水이리라

이영춘(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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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상처를 덮기 위해 우리는 누군가에게 더 큰 상처를 만들었다. 자신의 빈틈만큼 남의 흉터에 집을 짓는 것을 스스로 허용하면서 흘러왔다. 물과 같이 가벼워지기 위해 "강바닥의 수심 같은 옹이 하나" 모르는 척, 깊도록 잠재우면서 "한 사람이 또 한 사람의 등을 밟아야 오를 수 있는/저 물살의 무게"를 넘어 '위선의 부력'을 행사하면서 '삶의 자장'을 넓혀온 지난날. 내가 그들의 등을 밟고 갔듯이 돌이켜보면 "그들도 내 등을 밟고 가느라 꽤도 힘들었을 게다" 당신이라는 강물은 옹이를 드러내며 "오늘 이 강에 이르러서야 물결처럼 놓아 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부터 시작된 '물의 심지'를 보는 순간, '생각의 깊이'는 그동안 길고도 깊게 늘어트려 온 욕망이라는, 그 생각마저도 돌아가 버리고 싶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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