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신공]선생님이 들려주는 우리고장 역사/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마을, 땟골

강제이주 시련 '고려인' 고국정착 돕자

경인일보

발행일 2017-08-08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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땟골
안산시 선부2동 땟골 전경. /원일중 제공

안산시 선부2동 '까레이치' 동포 1만명 거주
150년전 만주·연해주에서 조국 독립에 헌신
스탈린 강제이주·소련 붕괴 이후 차별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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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 선부2동에는 땟골 이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모곡'이라고 불렸는데, '모'는 1년생 풀인 '띠'를 말하고, '모초'라고도 하며 벼과의 다년초로 보통 '삘기'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띠가 많이 나는 곳'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띠골'로 불리다가 전해 내려오면서 '땟골'로 변화된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전부터 이곳에 '까레이치'라고 불리는 '고려인' 들이 마을에 들어와 살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약 1만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 분들의 살아온 삶의 여정을 살펴보면 정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지금으로부터 150여 년 전 조선의 국운이 기울어 갈 즈음 삶의 희망을 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만주와 연해주로 이주해 갑니다. 특히 연해주로 이주해 간 사람들은 그 곳에서 나름대로 동포사회를 만들며 힘들게 살아갔습니다. 이후 나라가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을 때 조국의 독립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고국을 떠나 사는 것이 힘겨울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국의 아픈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독립운동 자금을 모으고 독립 운동가를 키워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지금부터 80년 전인 1937년 당시 소련의 스탈린에 의해 강제 이주 정책이 강행되면서, 이들은 멀고도 먼 이주를 하게 됩니다.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지로 약 18만 명이 추위와 배고픔, 병과 싸워가며 들판에 버려지듯 강제이주를 당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고, 하루하루 힘겹게 살았습니다. 그렇게 겨우겨우 삶을 유지하며 동포 사회를 만들었고, 고려인으로서 전통을 잊지 않기 위해 애쓰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소련이 붕괴되면서 과거 소련의 지배를 받던 나라들이 독립하면서 또 한번의 시련이 닥쳐옵니다.

독립한 나라에서는 과거 지배자인 러시아를 지우기 위해, 러시아어 대신에 자국어를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과거 소련 시절에 이주해 온 고려인들에 대해 차별을 하기 시작합니다.

또다시 살기 어려워진 이들은 그래도 고국에 돌아가면 형편이 나아질까 기대를 갖고 한국으로 왔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해외 동포에 대한 차별이었습니다. 과거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에 나서고(홍범도 등), 독립운동을 지원하던 분들의 후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것 같습니다.

고려인 3세와 4세는 러시아어는 익숙한 반면 한국어는 어렵습니다. 이들이 한국에 살기 힘든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바로 언어입니다. 다음으로 일자리입니다. 하루하루 단순 노동일을 하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곳에서도 과거에 그랬듯이 함께 모여 살며 고려인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삶이 힘들지만 그래도 한국이 좋다고 합니다. 이제 같은 한국인으로서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일제강점기라는 혹독한 시련기에 도움을 주신 분들의 후손들이 이제 고국에 편히 정착할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야 할 때라고 봅니다.

지금 땟골에 가면 러시아어로 된 식당과 점포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국적인 풍경이라고 바라볼 수도 있지만, 그 속에 힘겹게 살아가는 고려인들의 아픔이 있는 것이 오늘날 땟골의 현실입니다.

먼 훗날 이 땟골은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카자흐스탄의 우슈토베 처럼 고려인들이 살았던 곳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과거만 역사가 아닙니다. 지금 현재도 바로 역사가 되기 때문에 역사에서 교훈을 찾고 올바르게 현재를 살아가야 합니다.

/신대광 원일중 수석교사

※위 우리고장 역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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