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아스투리아스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인천공원

임성훈

발행일 2017-08-10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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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결연 러시아 도시에 조성될 공원
한국전통 양식 아닌 일본식으로 계획
'부조화의 결정판' 결단코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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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클래식기타 연주자들이 필수적으로 거치는 곡 중 하나가 '아스투리아스(Asturias)'라는 곡이다. 주제부의 절묘한 리듬과 선율이 인상적인 이 곡은 스페인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이삭 알베니즈(Isacc Albeniz)'가 작곡했다.

클래식 기타계의 '젊은 거장'으로 꼽히는 '밀로쉬 카라다글리치'는 어린 시절 록 기타리스트를 꿈꾸다 이 곡을 듣고는 바로 클래식 기타로 전향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이건음악회의 연주자로 초청된 적이 있는데 아쉽게도 건강에 이상이 생겨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그를 대신해 환상적인 만돌린의 세계로 안내한 '아비 아비탈'의 멋진 연주로 위안을 삼았던 기억이 새롭다.

아스투리아스는 스페인 북부 지역의 지명이다. 알베니즈는 스페인의 각 지역을 여행하면서 얻은 영감을 작품으로 옮겨 각 지방의 이름을 제목으로 붙인 8곡의 '스페인 조곡'을 완성했는데 아스투리아스는 그중 다섯 번째 곡이다. 기자 또한 학창시절 이 곡에 매료돼 스페인에 갈 기회가 생기면 꼭 아스투리아스를 방문하겠다는 마음을 품은 적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곡이 원래 피아노곡으로 작곡됐다는 점이다. 일반인에게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 곡은 기타곡으로 편곡된 후 오히려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이제는 기타 음악의 최고 정점에 놓여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음악 애호가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이는 작곡자인 알베니즈도 예상하지 못한 일일 터이다.

물론 아스투리아스는 피아노로 연주해도 멋지고 아름다운 곡이다. 그런데 기타곡으로 들을 때, 더욱 더 전율을 느낀다. '전설'이라는 부제 때문인지는 몰라도 생판 들어본 적 없는 아스투리아스 지방의 전설이 저절로 떠오르는 듯하다.

왜 그럴까? 기자는 지역과 악기의 궁합이 제대로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잘 알려지다시피 기타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악기다. 지역의 정서를 담은 악기로 지역의 색채를 노래했으니 그야말로 찰떡궁합이 아니겠는가.

최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벌어진 '황당한 일'을 접하면서 새삼 아스투리아스의 기타 선율이 귓전에 맴돈다.

아스투리아스가 기타곡으로 편곡되면서 조화의 미를 보여줬다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사례는 부조화의 결정판으로, 궁극의 대비를 이루기 때문이다.

경인일보 취재 결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크론슈타드에 조성될 예정인 '인천공원'이 한국전통공원 양식이 아닌 일본식으로 계획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상트페테르부르크시 홈페이지에 올라온 영상물을 보면 출입문이며 누각이며, 한국이 아닌 일본의 한 공원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정부가 자매결연 도시인 인천시를 기념하기 위해 '인천공원'을 조성키로 한 것까지는 좋은데, 한국식과 일본식 공원을 구분하지 못해 탈이 난 듯 싶다.

어쨌거나 '일본식 인천공원'이 조성되는 것은 결단코 막아야 한다. 인천공원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판소리나, 동양화 대신 가부키나 일본화를 떠올려서야 되겠는가. 아스투리아스란 곡이 어째서 편곡 후에 더 빛을 발하는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듯 싶다.

/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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