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함께 사는 세상

최지혜

발행일 2017-08-14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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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인이 나누고 힘 합치면
더 넉넉하고 강해짐을 아는데
서로 경쟁하고 1등 가려내는
사회구조·이기주의 안타까워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 라는
아프리카의 '우분투 정신' 필요

증명사진최지혜2
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습니다.(I am because we are.)'-아프리카 격언 -

끝날 것 같지 않던 무더위가 계속되다가 입추를 보내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늦여름을 보내며 막바지 물놀이가 한창인지 여전히 물놀이와 관계된 사건 사고들이 연이어 들리고 있다. 안타까운 인명피해 기사들도 많지만 그 속에서 훈훈한 이야기들도 접하게 된다. 자기가 알지도 못하던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던지는 이야기도 듣게 된다. 근간에 보게 된 기사에서는 강원도 고성의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던 한 남성이 물에 빠져 파도에 휩쓸리는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주변에서 물놀이를 하던 사람들이 인간 띠를 만들어 구조 했다는 훈훈한 이야기였다.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만연한 요즈음 인간 띠를 만들어 누군가를 구해 준 미담은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이 기사를 접했을 때 아프리카의 우분투(Ubuntu) 정신이 함께 떠올랐다. 'UBUNTU'는 아프리카 코사(Xhosa)어로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이다. 내가 누군가를 위하면 그 누군가는 나 덕분에 행복해지고, 나는 행복해 하는 그 누군가 덕분에 두 배로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 우분투에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아프리카 부족에 대해 연구 중이던 어느 인류학자가 한 부족 아이들을 모아놓고 게임 하나를 제안 했다. 누구든 가장 먼저 과일 바구니까지 뛰어간 한 아이에게 과일을 모두 주겠다고 했다. 그의 말이 통역되어 아이들에게 전달되자마자, 그 아이들은 마치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의 손을 잡은 채 함께 달리기 시작 했다. 아이들은 과일 바구니에 다다르자 모두 함께 둘러앉아 입 안 가득 과일을 베어 물고 서로 웃으며 재미나게 나누어 먹었다. 인류학자는 아이들에게 "누구든 일등으로 간 사람에게 모든 과일을 주려했는데 왜 손을 잡고 같이 달렸니?" 라고 묻자. 아이들의 입에선 "UBUNTU"라는 단어가 합창하듯 쏟아졌다. 그리고 한 아이가 이렇게 덧붙였다. "나머지 다른 아이들이 다 슬픈데 어떻게 나만 기분 좋을 수가 있는 거죠?"]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에 우리는 마음이 따뜻해지고 살며시 미소를 피우게 된다. 우리가 서로 나누고 힘을 합치면 더 넉넉해지고 더 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서로 경쟁하고 1등을 가려내려 하는 지금의 사회 구조가 참으로 안타깝고 정말 중요한 것을 잃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내가 사는 강화도에는 여생을 좋은 자연 환경 속에서 텃밭도 조금 가꾸면서 여유롭고 느긋하게 살고자 귀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들이 하나같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자기 소유의 땅 영역을 정확히 표시하고 높게 담을 쌓고 대문을 걸어 잠그는 일이다. 각자의 삶의 방식을 존중해야 하겠지만, 아무리 봐도 농촌 풍경과 잘 어울리지 않고 이런 집이 늘어갈수록 점점 더 각박하게만 느껴진다. 한 집이 선을 그으니 그 옆집이 더 높게 담을 쌓고, 그 옆집은 더 두껍고 높게 담을 쌓는다. 담장을 허물면 집 앞에 펼쳐진 모든 풍경이 그 집의 정원이 된다는 것을 왜 모르는지 안타깝다.

우리는 모두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겠다. 아프리카의 우분투정신을 생각하며 먼저 내 마음의 담장을 허물어야겠다. 꼭꼭 걸어 잠근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이웃과 함께 할 때 더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

/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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