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식의 야구란 무엇인가·20]스토브리그와 스프링캠프

다음시즌 성적 위한 '전력 재정비'

경인일보

발행일 2017-08-16 제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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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협상 벌이거나 노쇠선수 방출
오키나와·괌 등 전지 훈련지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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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식 야구작가
축구에 비하면, 야구는 환경의 제약을 많이 받는 운동이다. 축구가 '달리고, 차는' 대근육 중심의 단순한 동작으로 이루어진 것과 달리 야구는 손가락, 손목, 팔꿈치, 어깨, 무릎, 허리, 목 같은 미세한 부분들의 관절과 근육들을 주로 활용하는 데다 단단한 공과 배트라는 위험한 장비까지 사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체적인 에너지 소모가 많은 축구의 경우 야구처럼 매일 경기를 치르는 것은 무리가 되지만 반대로 온도나 날씨 때문에 경기 진행 자체에 제약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야구는 1주일에 여섯 경기를 꼬박꼬박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체력의 소모는 많지 않지만 미세한 근육과 신경의 움직임을 둔화시키는 추운 날씨, 혹은 눈이나 비 같은 기상상황에서는 경기나 훈련을 진행할 수 없다.

따라서 프로야구는 이른 봄부터 시작해 늦은 가을까지 계속되지만, 겨울 동안 만큼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바로 이 겨울 동안 야구 선수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난롯가에 모여 각자의 처지에 대한 고민을 나누거나 협상을 벌이는 것'과 '날씨가 따뜻한 곳을 찾아가서 훈련을 하는 것'이다. 전자를 스토브리그, 후자를 스프링캠프라고 부른다.

오늘날 스토브리그란 흔히 구단이 다음 시즌에 대비해 전력을 보강하고 선수단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기간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즉, 선수들과 연봉협상을 벌이거나 신인선수를 영입하고 노쇠한 선수들을 방출하는 기간인 것이다. 프로야구에서 선수들을 분발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동력은 '돈'이라는 점에서 성공적인 연봉협상과 논공행상은 다음 시즌의 성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스토브리그의 실패 때문에 전력의 급격한 저하를 경험한 대표적인 팀으로 1983년 한국시리즈의 파트너였던 MBC와 해태가 꼽힌다.

1983년 MBC는 후기리그에서 우승했지만 구단이 미리 약속했던 성과급을 한국시리즈 이후로 미루면서 선수단의 분위기를 흐트러뜨려 결국 한국시리즈에서 1무 4패로 패퇴했고 이듬해에도 하위권으로 처지는 원인이 되었다.

그리고 그 해 한국시리즈에서 MBC에 4승 1무로 일축하며 창단 후 첫 우승을 이루어냈던 해태 역시 구단의 선수단 처우개선과 훈련시설 확충 약속이 무산되자 선수들이 구단주가 베푼 회식에서 불고기를 한 점도 손 대지 않고 태워버리는 '불고기 화형식'으로 저항하는 흉흉한 분위기 속에 이듬해 5위로 수직 추락했다.

스프링캠프는 1870년 겨울, 미국 프로야구 시카고 화이트스타킹스(현 화이트삭스)와 신시내티 레드스타킹스(현 신시내티 레즈)가 뉴올리언스나 플로리다 같은 따뜻한 지역에서 훈련을 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다른 팀들도 비슷한 지역으로 내려와 겨울훈련을 시작했는데, 겨우내 그곳에서 훈련을 하던 팀들은 봄이 오고 날씨가 풀려가는 시기에 발맞추어 조금씩 기차를 타고 북상하며 연습경기를 치렀고, 4월이 되면 다시 뉴욕이나 LA 같은 본거지로 올라와 정규시즌에 들어갔다.

말하자면 스프링캠프는 '봄 날씨인 곳을 찾아가서 차리는 훈련장'을 의미한다.

미국과 달리 지역별 기후의 차가 크지 않은 한국에서는 스프링캠프란 곧 '해외전지훈련'을 의미하는 말로 통한다. 1, 2월의 혹한기에 야구훈련이 가능한 날씨는 적어도 일본의 오키나와나 멀리는 괌, 사이판 같은 남태평양 지역으로 건너가야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구단은 미국의 투싼이나 플로리다까지 이동하기도 한다.

물론 과거에는 김성근 감독의 지휘 아래 1989년 시즌을 앞두고 맨발행군과 얼음물 목욕을 포함한 오대산 극기훈련을 단행했던 태평양의 경우처럼 '이열치열식' 역발상을 보여준 경우도 있었으며, 그 태평양이 꼴찌에서 3위까지 수직 상승하는 성공사례를 만들자 1990년대 초반의 몇 해 동안은 모든 구단이 '얼음계곡 입수'와 '해병대입소' 같은 격한 프로그램으로 스프링캠프를 꾸렸던 적도 있다.

/김은식 야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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