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해경 최초 여성 총경 박경순 동해지방해양경찰청 기획운영과장

금녀의 바다서 차별의 파도 넘기위해 더 열심히 뛰었다

김주엽 기자

발행일 2017-08-16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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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공감  인터뷰 박경순 동해해경청 기획운영과장
해양경찰 최초로 여성 총경으로 승진한 박경순(55) 동해지방해양경찰청 기획운영과장은 "'최초'라는 방점을 찍기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어려울 때 찾아오는 해경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1991년 '시와 의식'으로 등단… 2011년 '바다에 남겨…' 시집 발간해 인천문학상 수상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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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경은 치안총감, 치안정감, 치안감, 경무관 다음으로 높은 계급이다. 일선 경찰서장을 할 수 있어 '경찰의 꽃'으로 불린다. 경찰청에서는 1998년 김강자 서울남부경찰서 방범과장이 국내 최초의 여성 총경으로 승진해 서울종암경찰서장을 맡았다.

이후에는 치안정감 계급의 지방경찰청장에 오른 여성경찰도 나왔다. 치안 총수인 경찰청장만 빼놓고는 여경이 오르지 못한 자리(계급)는 없었다. 하지만 여경의 총경 승진이 빨랐던 경찰청(육상경찰)과 비교하면, 그동안 해양경찰청 소속 여경은 상대적으로 소외당했다. 해경이 여경을 처음 채용한 것은 1986년이다.

경찰청이 설립 초기인 1946년부터 여경 채용을 시작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늦은 셈이다. 당시만 해도 해경은 '여자가 배를 타면 재수 없다'는 속설 때문에 여경 채용을 미뤘다고 한다. 지난 8일 발표된 해경 총경 승진 임용 예정자 6명의 명단 중에는 해경 창설 64년 만에 첫 여성 총경이 나왔다.

주인공은 동해지방해양경찰청 박경순(55) 기획운영과장이다. 그는 "'최초'라는 방점을 찍기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힘들고 어려웠지만, 늘 주위의 선배와 동료, 후배들이 도와줘서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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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과장은 1986년 순경으로 해경에 첫발을 들였다. 해경이 공채로 선발한 첫 여경이었다.

박 과장은 "어느 날 우연히 신문에서 '해양경찰대(해양경찰청의 옛 이름)'가 여자 경찰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봤다"며 "인천에 살았기 때문에 바다에 관심이 많았었다. 제복을 입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경찰이 되고 싶어 곧바로 회사를 그만두고 지원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170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채용된 박 과장은 함께 합격한 동기와 함께 당시 연안부두에 있던 해양경찰대 본청 민원실에 배치됐다. 박 과장은 민원실을 찾은 사람이 그냥 돌아가는 일은 없게 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그는 "본청 민원실에 찾아오는 사람은 일선 서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이곳까지 온 경우가 많았다"며 "멀리서 찾아온 사람을 돌려보낼 수 없었기 때문에 모르는 내용은 물어봐서라도 민원 사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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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해경서 1507함 부장(부함장)으로 근무할 당시의 박경순 동해지방해양경찰청 기획운영과장. /박경순 과장 제공

박 과장이 말단 순경에서 경장, 경사, 경위, 경감, 경정을 거쳐 마침내 총경에 이르기까지 초고속 승진한 비결은 '일에 관한 한 최고가 되겠다'는 분명한 목표의식을 갖고 '미친 듯이' 일했기 때문이다.

특히 남녀차별이 심했던 조직 내에서 이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했다. 일단 일이 주어지면 며칠 밤을 새워서라도 끝장을 봤으며, 법률 서적 등을 탐독하면서 전문성을 보강했다.

박 과장이 가장 자랑스러운 성과로 기억하는 것은 지난 2010년 해경에 '직장 어린이집'을 개원한 일이다. 당시 박 과장은 복지계에서 근무했다. 그는 "두 아이의 엄마로 직장에 다녀봤기 때문에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직원들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산 확보와 건물 신축 절차가 까다로웠고, 직장 내에서는 '굳이 어린이집까지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박 과장은 간부들을 설득하고, 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청 등 20여 개의 직장 어린이집을 방문해 자료를 수집했다. 어렵게 예산을 확보했고, 마침내 직장 어린이집 문을 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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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해경서 1507함 부장(부함장)으로 근무할 당시의 박경순 동해지방해양경찰청 기획운영과장. /박경순 과장 제공

박 과장은 해경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방송통신대(국문과)를 졸업했다. 1997년 인하대에서 국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인하대 행정학 박사 과정 중이다. 그는 1991년 시 '시와 의식'으로 등단했고, 2011년에는 태안해경서 1507함 근무 당시의 경험을 담은 '바다에 남겨 놓은 것들'이라는 시집을 냈다.

이 시집에는 경비함정을 타고 불법 외국 어선을 단속하는 등 서해를 지키며 느낀 가슴 아픈 애환을 '출항', '입항' 연작 시로 승화시킨 작품이 담겨 있다. 박 과장은 이 시집으로 '제24회 인천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 과장이 선발된 이후에도 해경은 10여 년 동안 여경을 뽑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에도 해경 홈페이지에는 '여자 해경을 뽑을 필요가 있느냐'는 글이 올라와 찬반 논란이 가열될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2003년 여경의 경비함정 근무가 시작되면서 '금녀(禁女)의 벽'은 하나씩 허물어졌다. 경무 기획 분야에 국한됐던 여경의 업무도 이젠 함정, 해상 안전, 파출소 등 전 분야로 확대됐다.

최근에는 여성 최초의 경비함 함장, 첫 여성 항공정비사도 탄생했다. 10년 전에는 해경에서 여경 비율이 전체의 2%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전체 해양경찰관 8천510명 중 616명(7.2%)이 여성이다. 박 과장의 승진으로 평균 20척의 경비함정을 진두지휘하는 첫 해경서장도 배출될 예정이다.

박 과장은 "1507함 부장(부함장)으로 근무하면서 우리 해경이 주권 수호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절감했다"며 "우리 영해를 침범하는 불법 외국 어선 한 척을 단속하기 위해 보통 14시간 정도 고생해야 하는 것을 항상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경이 재탄생한 이 시점에 우리 해상 주권을 수호하는 강인한 해양경찰, 당당한 바다 지킴이로서 임무를 다하도록 노력하는 해경이 되겠다"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어려울 때 찾아오는 해경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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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순찰중인 박경순 과장의 모습. /박경순 과장 제공

■박경순 총경은?

-주요 약력

▲ 1962년 인천 출생

▲ 1986년 순경 임용

▲ 2006년 경감 승진

▲ 2011년 경정 승진

▲ 2017년 총경 승진

▲ 1507함 부장, 해양경찰 교육원 교수 요원, 동해청 경무계장, 본청 성과관리팀장, 태안·평택 해양안전과장

▲ (현)동해지방해양경찰청 기획운영과장

-주요 정부 수상

▲ 2013년 대통령 근정포장

▲ 2007년 국무총리, 2016년 국민안전처장관 표창 등 27회 수상

-문단 경력

▲ 1991년 '시와 의식' 신인상으로 문단 데뷔

▲ 2008년 '한국수필' 신인상, 한국예총 예술상 수상

▲ 2012년 24회 인천문학상 수상

▲ 시집 '새는 앉아 또 하나의 詩를 쓰고'(1997), '이제 창문 내는 일만 남았다'(2002), '바다에 남겨 놓은 것들'(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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