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면의 장르문학 산책·86]그리고 최고의 추리소설이 되다

경인일보

발행일 2017-09-20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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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1939)는 추리소설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1890~1976)의 대표작이다. 원제는 '열 개의 검둥이 인형'이었으나 인종 차별의 소지가 있다 하여 미국에서는 '열 개의 인디언 인형'으로 제목이 바뀌었다.

'해리포터 시리즈' 제1부작 '마법사의 돌'이 영국에서는 'Sorcerer's Stone'(1997)으로, 미국에서는 'Philosopher's Stone'으로 다르게 출판되는 사례에서 보듯 영국과 미국에서는 동일한 작품이 다른 제목으로 출판되는 경우가 있다.

같은 영어권 국가지만, 엄연히 다른 국가이고 세금 문제로 인해 제목을 달리 한다는 설이 있다.

워그레이브 판사·여교사 베라 클레이슨·롬바드 대위·에밀리 브렌트·매카서 장군·의사 암스트롱·앤소니 마스턴·사립탐정 블로어 등 여덟 명이 U.N.오언(Owen)이란 미지의 인물로부터 의문의 초청장을 받는다. U.N.오언을 붙여 읽으면 'unknown' 즉 '정체불명의'란 뜻이 된다.

하인으로 고용된 로저스 부부를 포함한 열 명의 사람들이 폭풍으로 고립된 인디언 섬에서 동요의 가사에 따라 차례로 죽음을 맞이한다. 이들은 모두 법률의 범위 밖에서 법률이 처벌할 수 없는 죄를 지었다.

가령 의사 암스트롱은 술에 취한 채 수술하다 메리 클리스를 죽이는 의료사고를 일으켰고, 워그레이브는 죄 없는 에드워드 세튼에게 사형선고를 내렸으며, 매카서 장군은 부인의 정부였던 아서 리치몬드를 사지(死地)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폭풍으로 인해 거대한 밀실이 되어버린 고립된 인디언 섬에서 동요처럼 사람들이 극도의 공포와 분노 속에서 죽어가고, 또 거실의 인디언 인형도 한 사람이 죽을 때마다 하나씩 사라진다.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경계하다 죽음을 맞이하며, 최후의 생존자인 베라 클레이슨마저 필립 롬바드를 총으로 쏘아 죽이고 자살함으로써 열 명의 사람들이 모두 죽어버리는 참극이 벌어진다. 완전범죄 그 자체이며, 살인의 예술이 완벽하게 구현되는 것이다.

범인은 도대체 누구인가. 어떻게 이런 초(超)논리적 범죄가 가능하단 말인가. 논리와 추론이 닿지 못하는 끔찍한 미스터리를 보고 메인 경감은 영구 미제로 결론을 내린다.

살인사건이 있다면 당연히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가 있게 마련이다. 작품 속에서 사립탐정 블로어는 전혀 역할을 하지 못하며 사건을 논리적으로 풀어나가고 주도하는 이는 오히려 워그레이브 판사이다.

완벽한 사회정의를 실현하겠다는 광기에 사로 집힌 자의 이 치밀한 예술적 범죄는 희생자 중 한 사람의 고백서로 전모가 드러난다. 역설을 잘 이해하면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원작의 반전도 절묘하지만, 르네 클레르 감독 영화(1945)의 반전과 재해석도 출중하다.

/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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