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면의 장르문학 산책·83]통속소설과 불교-교양소설 사이 '만다라'

경인일보

발행일 2017-08-30 제17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2017082001001255900058431
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만다라'는 김성동 문학의 시작이자 끝이다. '종교신문'에 당선된 '목탁조'(1975)가 원작이다. 이 소설로 불교계가 발칵 뒤집혔다.

환속한 다음, 1978년 '목탁조'를 경장편(輕長篇) '만다라'로 개작, 한국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집'(1989), '길'(1994) 등과 함께 삼부작으로 꼽히며, 수행자의 고뇌와 방황 그리고 구도의 의미에 대해 진중한 질문을 던진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만다라'는 한국소설사의 문제작으로 남을 불교-교양소설(Bildungsroman)이라 할 수 있다. 197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헤르만 헤세(1977~1962)의 '수레바퀴 아래에서'(1906), 잭 케루악(1922~1961)의 '길 위에서'(1957) 및 '다르마의 행려'(1960) 등과 강한 상동성(相同性)이 발견된다.

'수레바퀴 아래에서'는 젊은 날 자살기도 등의 방황을 거듭했던 헤세의 자전적 요소가 반영된 청년문학이다. 모범생 한스 기벤트라트가 반항적이고 개성이 뚜렷한 헤르만 하일러를 만나면서 억압적인 학교교육과 사회풍토에 깊은 회의를 품고 방황하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다룬 비극적 성장소설 혹은 교양소설이다.

주인공 법운은 불행한 가족사와 현대사의 비극을 뒤로 하고 출가한 모범적 선수행자, 선방 수좌(首座)이다. 아버지는 좌익 혐의로 한국전쟁 당시 처형되고, 녹의청상이 된 어머니마저 가출하자 출세간(出世間)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병 속의 새'라는 화두를 품고 구도 수행에 전념하던 중 파계승 지산을 만난다. 거침없는 운수행각과 독설을 날리는 지산의 자유분방함에 매료된 법운은 그와 도반이 되어 함께 떠돈다. 법운은 한스 기벤트라트에, 지산은 헤르만 하일러에 비견된다.

양자 공히 소년을 성인의 세계,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안내자가 있는 것이다. 무당집의 불사에 가서 불상에 점안을 하고 양식을 얻어 암자로 돌아오던 길 지산은 만취 상태에서 활불 자세로 동사한다.

지산을 다비하고 법운 역시 지산처럼 사창가에서 이층을 쌓고 파계한 다음 세상 속으로 뛰어든다. 마침내 사회 속으로 입사(入社)한 것이다.

이념의 문제·비극적인 현대사·개인의 구원 등 굵직한 주제를 다루지만, 감정의 과잉과 신파적 스토리 그리고 타락과 방황 등 '만다라'의 소재와 서사 자체는 매우 통속적이다.

근대소설의 한 흐름을 이루는 성장소설/교양소설은 현실 변혁의 전망을 상실한 좌절의 시기에 자신의 정체성과 내면의 풍요라도 이루어보자는 부르주아적 개인주의와 교양주의라는 근원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형식이나 '만다라'는 새로운 삶의 전망과 총체성을 찾는 문제적 개인의 출출세간적(出出世間的) 몸부림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꽤 문제적이다.

/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경인일보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