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적폐가 청산되려면

최창렬

발행일 2017-08-23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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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화 위한 입법 관철' 부단한 野 설득 필요
구조화 된 기득권 지배연합 혁파하기 위해선
시민 지지, 의회 정치과정에 제대로 투입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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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육대학원장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은 성공적이다. 지지율 80%의 의미를 과소평가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보여 준 소통 행보가 지난 정권에 대한 기저효과와 맞물려 높은 지지로 나타나고 있는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높은 지지율의 원인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기조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신뢰다. 국정과제에 적폐청산이 일차적 과제로 제시되어 있지만 국정원 댓글 부대 운영과 같은 선거 개입, 국가권력을 농단하고 사유화한 정치세력에 대한 처벌이 의미를 가지려면 개발독재 때부터 구조화된 기득권 연합에 대한 해체가 수반되어야 한다.

촛불 민주주의로 상징되던 시민의 참여가 일상적으로 정치를 좌우하긴 어렵다. 그러나 대의제가 더 이상 현대정치의 본질일 수만은 없다. 특히 우리는 지난해 가을부터 미증유의 국정농단에 대해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절차에 입각하여 불의한 권력을 심판했다. 물론 국회에서의 탄핵안 의결은 대의제 민주주의에 의한 절차를 따랐지만 이를 추동한 원동력은 시민권력이었다. 주권자에 의한 정치참여가 아니었으면 당시의 정황상 국회에서의 탄핵의결도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시민의 힘에 의한 정치적 의사 결정에 대해 새로운 각도로 조망할 필요가 있다. 보수적 시각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국민보고대회에서 강조한 직접민주주의에 대해 대의제 민주주의를 우회할 가능성을 염려한다. 그러나 이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대의제 민주주의는 정치적 합의이다. 국회를 거치지 않고 무슨 수로 입법을 한단 말인가.

시민의 정치참여가 대선·총선·지방선거 등에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으로 충족될 수는 없다. 시민의 힘이 조직화되지 않는다면 지금의 대의 민주주의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노출될 가능성이 많다. 단순히 정기적이고 주기적인 선거만이 있는 절차적 민주주의와 시민의 감시와 견제가 없는 의회민주주의는 민의를 심각하게 왜곡할 수 있다. 특히 지금의 여소야대의 정국구도에서 이러한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다.

비단 우리나라에서만이 아니라 의회는 정치엘리트들의 정치권력을 둘러싼 각축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대의제의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지 않으면 대의제는 최소한의 민주주의에만 머무는 '지연된 정치제도'로 전락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정당지지도가 50%에 달하는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들의 지지율 수치 자체가 의미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여소야대 국회가 지금의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도 할 수 없다.

국정유린과 헌법농단은 대의 민주주의의 왜곡된 형태인 위임민주주의에 의해 가능했다. 제2의 위임민주주의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시민적 에너지의 공론화는 긴요하다. 참여민주주의나 토론민주주의, 숙의민주주의라는 형태의 직접민주주의적인 모델이 완전히 제도적으로 정착되어 있지는 않지만 한국사회는 이미 직접민주주의와 간접민주주의를 적절히 조화시킴으로써 4·19 혁명 이후 빛나는 국민주권주의의 전범(典範)을 다시 썼다.

정권의 차원에서도 지금의 정당구도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절차적 정당성을 우회할 수 없다. 야당이 여소야대에 기대어 '비판을 위한 비판'에 매몰되더라도 이를 비난만 한다면 사회의 관행화되어 있는 정치엘리트와 경제엘리트의 부당한 동거와 유착을 끊어내지 못한다. 제도화를 위한 입법을 관철시키기 위한 부단한 야당 설득이 필요하다. 설득의 에너지는 당연히 시민권력으로부터 나온다. 시민의 에너지가 포퓰리즘으로 흐르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집단지성의 위대함을 우리는 이미 목도했다. 전근대적이고 봉건적인 기득권의 연결고리들로 공고화된 지배연합과 구조적 부조리를 혁파하기 위해 시민의 지지가 의회의 정치과정에 제대로 투입되어야 한다. 그래야 적폐가 청산된다.

/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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