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식량 대란' 남의 나라 얘기일까?

박상일

발행일 2017-08-28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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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유전자 조작 농산물 수입국가 1위
위해성 제대로 터지면 끔직한 상황 맞을수도
'식량 자급률 높이기' 생존권 문제로 인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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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일 경제부장
한 번 혼이 난 셈이다. 그동안 먹거리 걱정은 별로 안 하고 살다가 생각지도 않던 '살충제 계란 파동'이 터졌으니 말이다. 비록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값이 금값이 되기는 했어도, 계란을 못 먹을 것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안 했으니 적잖이 당황스럽기도 했다. 특히 안전한 먹거리에 예민한 젊은 부모들은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을 것 같다. 국내산 먹거리는 그나마 안전하다는 신뢰마저 와르르 무너진 셈이니 이젠 다른 먹거리까지 걱정을 해야 할 상황이다. 국내산 뿐 이랴. 우리보다 더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유럽 선진국에서 먼저 터진 일이어서 충격이 더 컸다.

작년 11월부터 이어진 AI 사태에 이어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까지 지켜보면서 '이제는 정말 먹거리 걱정을 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몇 먹거리들의 파동이 아니라, 한번은 정말 큰 '식량 대란'이 올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훨씬 더 짙어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제는 '보릿고개'라는 말이 정말 구시대의 유물 같은 말이 됐다. 우리 아버지나 할아버지 때만 해도 보릿고개 때 하루 한 끼를 못 먹을 만큼 굶주리고 결국 견디지 못하고 굶어 죽는 경우도 있었다. 어르신들은 지금도 그때 얘기를 꺼내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곤 하신다.

그동안 아무리 농업 기술이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생산하는 식량이 갑자기 우리를 배부르게 할 만큼 늘었을 리는 없다. 우리가 단 몇십 년 만에 그 끔찍한 상황에서 벗어나 풍족하게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외국에서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수입 농축산물 덕분이다.

관세청의 무역 통계를 돌려보니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곡물의 양만 1천466만6천여t이다. 가장 많이 수입하는 옥수수가 979만t, 밀은 443만t을 수입했다. 작년 우리나라 쌀 생산량이 419만7천t 가량이니, 정말 어마어마한 양이다. 그나마 밀가루나 전분, 과자, 빵과 같이 가공된 것을 제외한 수치다.

우리나라는 식량(곡물)자급률이 20%대로, OECD 국가 중 거의 꼴찌 수준이다. 특히 밀과 옥수수 자급률은 1%도 안될 만큼 절대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어떤 이유로든 식량을 수입하지 못하게 되면 굶어 죽게 된다는 뜻이다.

지난 2012~2013년 역대 최악의 세계 곡물 파동이 있었다. 이상기후로 미국에 대가뭄이 든 것이 큰 원인으로, 밀과 옥수수 가격이 단번에 2배로 뛰었다. 곡물파동은 앞서 2010년에도, 2008년에도 빚어졌다. 이상기후가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예전보다 훨씬 심각한 곡물 파동과 이에 따른 식량 무기화 가능성을 우습게 볼 수 없다.

또 하나 문제는 유전자 조작 농산물(GMO)이다. 우리나라는 식용 GMO 수입 1위 국가다. 2015년 기준으로 GMO 수입량이 1천23만7천t이었다. 그 해 곡물 수입량의 70%다. 지금은 애써 외면하고 있는 GMO의 위해성 문제가 한번 제대로 터지면 끔찍한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는 식량 자급 문제를 거의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농업이 황폐화 되고 있는데도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한다. 우리 농업을 지키고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일을 생존권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굶고 살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TV에서는 오늘도 극심한 식량난으로 굶주리고 있는 아프리카의 아이들에게 따뜻한 온정을 보내자는 공익광고가 나오고 있다. 뼈만 앙상하게 남아 숨만 헐떡이고 있는 그 아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 오죽하랴. 그게 우리 아이들이 아니란 사실이 그저 감사할 뿐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박상일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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