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 세상]등고자비(登高自卑)

고재경

발행일 2017-08-28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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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등고자비(登高自卑)는 높은 데 오르려면 낮은 데부터 시작해야한다는 뜻이다. 모든 일에는 순서와 차례가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말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속담에 해당한다. 산정에 오르려면 낮은 곳에서 출발하는 것이 정석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꿈과 사랑 등 인생사 자체가 등고자비 과정의 연속이다.

김수현이 부른 'Dreaming'(작사 박진영·작곡 박진영, 개미) 노랫말은 꿈을 쫒는 발걸음을 등고자비 과정으로 묘사하고 있다. 곡명 'Dreaming' 가사 도입부에 나타난 화자의 원대한 목표는 좌초 일보 직전이다. 그는 눈 앞에서 점점 멀어지는 꿈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해 한다: '저 멀리 희미해지는 나의 꿈을 바라보며/멍하니 서 있었죠'. 이런 이유 때문에 가슴 속에 밀려오는 극심한 허탈감에 사로잡힌다. 심지어 꿈이 '더 이상 남은 게 없어' 전부 포기할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자포자기의 절체절명 순간에 그는 '두려움과 설렘을 안은 채'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가기로 다짐한다. 마음 속 저 밑바닥 깊고 낮은 곳부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내딛을 준비를 한다. 고공을 향해 그리고 목표 실현을 위해 과감히 도전을 선언한다. 물론 화자가 또다시 실패할 가능성은 얼마든 지 있다. 그러나 가슴 속 내면의 '멈추지 않는 울림'의 등고자비 희망이 화자의 마음을 '앞으로' 이끌어 움직이게 한다: '비틀거리고 흔들려도 난 또 한 걸음을 내딛어요'. 때론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다가와 그를 주저하게 한다. 하지만 미래에 성취할 꿈이 있기에 그의 도전을 제지하지 못한다.

윤종신이 부른 '오르막길'(작사:윤종신 작곡:윤종신, 이근호)노랫말도 등고자비의 예를 적절히 보여준다. 곡명 '오르막길' 가사는 노랫말 끝 구절 '크게 소리쳐/사랑해요 저 끝까지'가 상징하듯 단지 연인 사랑 찬가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의 극점에 오르기까지 예상되는 험난한 등고자비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화자는 사랑의 산정에 이르는 과정을 '완만했던 우리가 지나온 길'로부터 '가파른 이 길'을 거쳐 산꼭대기인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그 곳'에 도달하는 힘겨운 오르막길 과정으로 갈파한다. 또한 등정 코스가 '웃음기' 사라지는 어려운 과정으로 묘사한다. 지난날 '달콤한 사랑의 향기'는 사라지고 '끈적이는 땀'과 '거칠게 내쉬는 숨'만이 등정 길 두 연인의 '유일한 대화'일 지도 모른다. 이 같은 험난한 과정에 두 사람을 지탱해주는 원동력은 길을 함께 올라가는 상대방의 위대한 사랑의 힘이다: '사랑해 이 길 함께 가는 그대여/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 화자는 두 연인이 '한 걸음 이제 한 걸음' 내딛고 함께 '올라온 만큼 아름다운' 길을 기억하자고 역설한다. 산정에 발걸음이 닿는 순간에 연인 서로는 위안이 된다. 더 나아가 사랑의 등고자비 과정이 완결된다.

사랑의 태산이 높고 크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낮은 곳부터 천천히 오르면 사랑의 정상에 우뚝 설 수 있다. 서로 사랑하는 정인 관계라면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마찬가지로 누구든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지금부터 서서히 활용해보자. 마지막에 기회의 최고 정점에 다다를 수 있다.

/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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