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 우후죽순 들어선 악기점
저마다의 빛깔로 악기들은 울어댑니다
세상 소음들을 밀어내려고
쟁쟁쟁 배고픈 악기들이 울고
나는 음을 조율하는 악사가 되어
자꾸만 칭얼대는 수많은 나를 달래봅니다
이재무(1958~) |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
바람이 불면 가지 많은 나뭇잎은 그 수만큼 나부낀다. 잎사귀는 나무의 몸통을 뚫고 나온 것이므로 생체기에서 돋아난 고통의 자취. 이른바 나무가 흔들린다는 것은 그 하나하나로 연결된 현악기와 같이 온몸에 사숙하는 울림의 현현과 같다. 숱한 아픔을 숨기고 있는 당신도 "몸속 우후죽순 들어선 악기점"이라는 사실을 모른 척, 혹은 모른 채 살아간다. 그렇지만 여름이라는 열정과 정념이 식어가는, 바람 부는 어느 날 몸 속 깊이 '저마다의 빛깔로 악기들'이 우는 소리를 들어보라. '세상 소음'에 맞서 참았던 '쟁쟁쟁 배고픈 악기들이' 결핍같이 매달려 그때 마다 "나는 음을 조율하는 악사가 되어"야 했을 것이다. 어깨로 울고 있는 '슬픔의 지퍼'를 열어보면 '칭얼대는 수많은 나'의 소리를 소리 없이 연주하는 '악기점'으로 점철된 한그루 사람이 있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