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청년 일자리, 주4일 근무제로 가능

김준현

발행일 2017-09-07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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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현_사진
김준현 경기도의원(민·김포2)
지난 주 필자가 속한 경기도의회 경제과학기술위원회는 약 206억원의 청년 일자리 추경예산을 삭감했다. 남경필 지사는 삭감 소식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예산을 심의하는 의회 입장에서 보면 남 지사가 제출한 청년 일자리 추경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앞으로 10년간 6천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을 의회와 전문가 등과 단 한마디 상의 없이 진행한다는 것은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애당초 남 지사가 제출한 '일하는 청년 시리즈'사업은 중소기업의 미스매칭 해소를 목적으로 설계됐다. 청년 실업률은 증가하는데 정작 중소기업은 사람을 못 구하는 미스매칭은 오래된 난제다. 특히 제조업은 인력 부족에 시달리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정부와 경기도는 다양한 해법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청년이 살아야 중소기업이 살아"

해법은 복잡하지 않다.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해소하면 된다. 그런데 중소기업 경쟁력이 문제다. 임금을 올리자니 이윤이 떨어지고 노동 시간을 줄이자니 생산성이 떨어진다. 특히 대기업과 거래하면서 작은 나사 하나의 원가조차 다 공개해야 하는 처지에서 수익률 향상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소기업이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에 반대하는 이유다. 그 결과 청년실업률 증가와 중소기업 경쟁력 악화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한 대안이 주4일 근무제다. 주4일 근무제는 일자리를 나누기 위한 시간제 정규직으로 이미 주요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1982년 바세나르 협약을 통해 50% 수준에 머물던 고용률을 75%까지 끌어 올렸다. 독일과 스위스 등도 이런 시간제 정규직으로 실업률을 해소하고 있다.

이처럼 주4일 근무제는 근로자 입장에서는 삶의 질을 개선하고 사회적으로는 실업률 개선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노동시장을 안전하고 질 높은 남성 위주의 일자리와 불안정하고 질 낮은 여성 일자리로 이원화시키고 청년과 저학력자가 피해를 보는 우려도 있다. 특히 임금 삭감 등 노동자의 소득 감소는 주4일 근무제 도입의 최대 걸림돌이다. 따라서 주4일 근무제의 도입을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노동자의 소득 감소를 상쇄시켜줘야 한다. 사회적 급여를 늘리고 노동자 복지를 강화해 실질 소득 감소가 최소화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노동계도 불가피한 소득 감소를 받아 들이고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할 수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주4일 근무제를 채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추가 인력 채용에 따른 인건비 상승분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하며 주4일 근무제 기업 대상 시설개선을 크게 늘려야 한다. 나아가, 대-중소기업 동반상생 모델로 공정혁신 등 생산성 향상을 유도해야 한다. 무엇보다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구조적으로 만들어낸 대-중소기업 거래 관계를 뜯어고쳐야 한다.

정치는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지 따지는 상상력의 영역이다. 정책은 이를 뒷받침하는 수단이다. 노동정책 역시 다르지 않다. 오히려 노동정책이야 말로 그 어떤 분야보다 상상력이 필요한 정책이다. 남 지사가 제출한 '일하는 청년 시리즈' 사업이 성공하려면 우선 근본 원인에 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청년 소득과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노동시간 단축과 대-중소기업 생태계의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경기도가 시범적으로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하고 그에 따른 성과를 평가한후 민간 기업으로 확산하기 위한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 지난 5월 경상북도가 산하 기관에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주4일 근무제로 발생하는 잉여예산으로 채용을 늘릴 예정이다. 주4일 근무제 도입 기업도 늘고 있다. 지난해 한화종합화학이 주4일 근무제로 경영위기를 넘겼으며 화장품 기업 (주)에네스티는 2010년부터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해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럼에도 주4일 근무제는 아직 노·사 모두에게 낯선 정책이다. 고용축소형 기술혁명으로 불리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주4일 근무제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져야 한다.

/김준현 경기도의원(민·김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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