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기업생태계를 위한 공정거래의 중요성

김영신

발행일 2017-09-07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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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는
1·2·3차 협력사에 미치는 영향 커
당장 원가절감 성과 나타나겠지만
장기적으론 생태계가 무너져
큰 부담 작용한다는걸 알아야
적정한 가격 보장하는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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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신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일상적으로 쓰던 말의 의미를 누군가가 갑작스레 물어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만 머무르고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 그런 상황을 겪어 본적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경제란 무엇인가라고 자문자답을 하다 이런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사전을 찾아보고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사전에는 "경제"란 사람이 생활을 함에 있어서 필요로 하는 재화나 용역을 생산, 분배, 소비하는 모든 활동이라 정의하고 있다. 단어가 의미하는 바가 너무 크다보니 그 무게에 눌려 생각이 일시적으로 멈춘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경제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든 행위라면 그 행위가 유효하기 위한 핵심은 거래에 있다. 그간 경제주체들은 묵시적 또는 명시적 계약을 맺고 재화의 교환과정을 거쳐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얻어 왔다. 이러한 교환과정이 지속되려면 경제주체들간의 합의가 필요한데 이러한 합의의 내용과 절차는 법령 등을 통해 제도화되어 왔다. 그리고 교환과정에서 경제적 약자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 또한 공정거래법 등 경제법을 통해 마련되어 왔다.

당연하지만 중소기업들도 거래를 통해 발생한 수익으로 종사자들의 급여를 지급하고 기업의 성장기반을 다져나간다. 매년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실시하는 중소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제조업의 40~50%는 다른 기업에 납품하는 기업간 거래에 종사하는 업체들이다. 이러한 기업간 거래 관계를 "수위탁거래관계"라고 하는데 우리 부는 납품대금이나 지급지연이자가 제때 지급이 되는지 매년 점검하고 시정요구 및 공표 등을 통해 잘못된 점을 고쳐나가고 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제조업간의 하도급거래 등 특정거래관계에 대해 약정서의 서면 교부, 부당한 대금 감액 금지, 부당한 발주중단 금지 등의 준수여부를 조사하고 위반의 경중에 따라 벌점, 과징금, 벌금 등을 부과하고 있는데 고발되지 않은 위반사항도 중소벤처기업부가 고발여부를 다시 판단할 수 있도록 제도가 운영이 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 거래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위반사항을 모두 법률로 규정하기는 어려운 일이고, 부당한 거래관계로 피해를 본 수탁기업이 거래단절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문제제기를 해도 위반여부를 가리는 것 또한 기업에게 추가적인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 된다.

더욱 어려운 것은 위탁기업이 법령을 위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수탁기업의 성장을 담보할만한 수준의 납품단가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수탁기업은 기술과 품질에서 독보적이지 않은 이상 다른 기업과의 경쟁을 거쳐 자사의 제품을 납품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납품제품의 가격은 위탁기업이 원하는 수준으로 맞춰지므로 원하는 가격을 받기는 어렵게 된다. 또한 위탁기업과 장기 계약을 맺더라도 위탁기업이 수탁기업의 생산성 향상분의 일정률만큼의 가격 인하를 정기적으로 요구하기 때문에 수탁기업이 받게 되는 대금은 기대수준에 못 미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이러한 상황은 3,4차 협력업체까지 이어지는 다단계일수록 단가인하의 연쇄효과가 일어나 더욱 악화된다.

물론, 제 가격을 받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가격, 품질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만드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의 대가가 반영이 되지 않은 납품단가는 수탁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떨어트리고 결과적으로 위탁기업에게는 원하는 수준의 기술과 품질을 갖춘 수탁기업을 찾기 어렵게 한다. 또한, 위탁기업인 대기업과 수탁기업인 중소기업 근로자간의 소득 격차도 커져 우수한 인력의 중소기업 유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기업간 납품단가 문제는 개별 기업단위에서는 나비의 날갯짓처럼 미미해 보일수도 있지만 전체단위에서는 기업생태계를 황폐화시키는 태풍과도 같은 것이다.

납품단가의 문제중 제도로 풀어야 할 부분은 정책당국의 노력이 중요하지만 제도로 해소할 수 없는 부분은 거래 당사자간의 이해와 협력을 통해 풀어야 한다. 특히, 위탁기업인 대기업은 납품단가 인하는 직접적인 거래선인 1차 협력사뿐아니라 2, 3차 협력사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납품단가 인하는 단기적으로는 위탁기업의 원가절감 성과로 나타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생태계가 무너져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적정한 단가를 보장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영신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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