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돈이 열리는 나무

최지혜

발행일 2017-09-11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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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가질수록 삶은 나아질까?
더 나아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자본주의 '돈의 가치' 끝은 어딜까?
돈 양에 비해 행복해지는 걸까?
돈으로부터 자유로울수 있을지
나 자신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증명사진최지혜2
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유럽에서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과 난제품이 유통되면서 살충제 계란 파동(2017 Fipronil eggs contamination)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2017년 8월 대한민국에서 생산된 계란에서도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이 발견되면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이 사건 이후 내게도 큰 변화가 생겼다. 매일 아침 계란을 하나씩 먹던 우리집 냉장고에는 아직까지 계란이 없다. 소박한 내 식탁에 계란 프라이는 정말 중요한 반찬이었다. 계란 후라이가 빠진 식탁에 앉을 때면 '왜 하필 계란이야…'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계란은 값이 싸고 조리가 간편하며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훌륭한 식재료이다.

사실 이 계란파동이 직접적으로 서민들의 피부에 와닿은 것은 작년 AI 파동 때부터 본격화되었다. 많은 닭들이 죽어갔고, 계란 값이 치솟았다. 그 대안으로 정부에서는 살충제 사용을 권장했다. 계속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정말 복잡한 문제이다. 단순하게 살충제 잔류 검사를 해서 먹을 수 있다, 없다를 판단해서 끝나는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사람들과 살충제 계란 이야기를 하다보면 먹거리 전반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된다. 살충제뿐만 아니라 제초제, 성장호르몬 등으로 우리가 더 이상 믿고 먹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참담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살충제 계란 파동 속에서 더욱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38년 전에 사용을 중단한 살충제가 계란에서 검출됐다는 것이다. 살충제 성분이 땅에 남아 그 땅에서 모이를 먹고 자란 닭들에게 38년이 지난 지금도 영향을 미치고 있고 결국 우리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여러 가지 원인과 해결책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생산성과 효율성, 이윤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탐욕'인 것 같다. 근시안적으로는 당장의 이윤이 큰 소득처럼 느껴지겠지만 결국에 인간의 탐욕으로 만들어진 식재료는 부메랑이 되어 다시 인간에게 치명적인 질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당장의 이윤을 쫓으며 치열하게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돈이 열리는 나무]-(사라 스튜어트 글/ 데이비드 스몰 그림/ 유시정 옮김/ 미세기 출판)라는 그림책 속 맥 아주머니는 많은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맥 아주머니는 어느 날 앞마당에 처음 보는 나무가 자라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 나무는 기이한 모양에 빠른 속도로 자라며 나뭇잎 대신 돈이 열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맥 아주머니는 돈이 열리는 나무 앞에서 동요되지 않고 태연하다. 돈이 열리는 나무를 구경 온 사람들에게 나뭇가지를 잘라서 조금씩 가져가도록 해주고, 나뭇잎을 따러 온 사람들에게 사다리까지 빌려준다.

맥 아주머니에게 돈이 열리는 나무는 새가 선물해준, 우연히 싹이 튼 특이한 나무일뿐이었다.

주변 사람들의 아우성 속에서도 동요되지 않고 일상의 작은 평화로움을 누리는 맥 아주머니는 겨울이 되면서 땔감을 구하기 위해 돈이 열리는 나무를 아이들과 자른다. 그리고 맥 아주머니는 소파에 앉아 가벼운 미소를 피운다.

이 그림책을 덮으면서 "잘가!"라고 말하는 그녀를 생각해본다. 많이 가질수록 정말 우리의 삶이 나아지는 걸까? 우리의 삶이 더 나아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자본주의가 낳은 '돈의 가치'는 어디가 끝일까? 과연 돈이 많다고 행복지수도 그 돈의 양에 비례해서 높아질까?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맥 아주머니처럼 돈이 열리는 나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나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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