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사투리에서 교훈을 얻다

임성훈

발행일 2017-09-11 제13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충청도 유머 '그렇게 바쁘면 어제 오지 그랬슈~'
막상 닥쳤을때 허둥대지 말고 미리 준비하란 뜻
정치·경제·사회 전분야 면밀분석 미래 대비해야


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웃을 일 하나 없는 요즘이다. 세상 돌아가는 게 어수선하기그지 없다.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기에 현실이 더욱 사위스럽지 않은가 싶다.

세간의 분위기와 어울리지는 않지만 오래된 유머 한 토막을 꺼내 본다. 사투리에 얽힌 유머인데 특정 지역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절대 아님을 미리 밝히는 바이다.

서울 사람이 차를 몰고 충청도의 시골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앞차가 너무 느리게 가는 것 아닌가. 열차 건널목에서 차가 정지했을 때 서울 사람이 앞차 운전자에게 따져 물었다. "아니, 1차선 도로에서 그렇게 천천히 가면 어떻게 합니까?" 그러자 앞차 운전자가 충청도 특유의 톤으로 한마디 내뱉는다. "그렇게 바쁘면 어제 오지 그랬슈."

기가 막히다. 1분 1초를 따지는 현대의 일상 속에서 10분 전, 한시간 전도 아니고 무려 하루 전에 오라니…. 충청인들의 느긋하고 넉넉한 성정을 이렇게 적확(的確)하게 드러내는 유머가 또 있을까 싶다. '아버지, 돌 굴러가유'에 이른 충청 사투리의 최고봉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충청도 운전자의 이 한마디는 충청도를 대표하는 공식(?) 유머가 된 듯싶다. 실제로 휴가철 성수기에 충청도의 한 해수욕장 인근 도로에는 '그렇게 바쁘면 어제 오지 그랬슈-안면파출소·예비군 안면읍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리기도 했다. 꽉 막힌 도로에서 '한번 웃고 가라'는 현지인들의 배려에 많은 운전자가 잠시나마 짜증 대신 미소를 머금었을 게 분명하다.

그런데 유머라고 하기에는 뭔가 심오한 함의가 엿보인다. 문장을 곱씹을수록 '막상 일이 닥쳤을 때 허둥대지 말고 미리미리 준비하라'는 교훈이 가슴에 와 닿는다.

사실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서 미리 준비하지 못해 낭패를 겪는 경우가 어디 한두 가지인가. 역대 정권이 되풀이했던 갖가지 시행착오는 준비성 부족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최근 청소년 범죄가 사회 이슈로 떠오르는 것 또한 기성세대가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준비를 미루었기 때문이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한 박자 빠른 슈팅이 골로 연결되는 것도 시차의 범위만 축소했을 뿐 발빠른 준비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기자 또한 미리 탈고했더라면 이렇게 마감 시간에 임박해 빈약한 지성과 게으름을 탓하며 머리를 쥐어짜고 있지는 않았을 터이다. 그런 점에서 '어제 오지 그랬슈'는 유머를 넘어 준비부족에 대한 일종의 일갈이다.

물론 미리 준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준비'라는 분자는 '여유'라는 분모를 가질 때 존립이 가능한 게 사실이다. 여유의 크기는 제각각이고 준비를 할 여유가 없는 상황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지금은 이 유머에 깃든 교훈이 더없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북핵, 국방, 외교, 경제, 청소년, 자연재해 등 전 분야에 걸쳐 철저히 준비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현 상황은 없는 여유라도 쪼개야 하는 절박함을 강요한다. 면밀한 분석을 통해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등이 여기저기서 켜지고 있다.

오늘은 내일의 어제다. 달리 말하면 내일은 오늘의 결과물이다. 후회하지 않을 결과물로 안내할 혜안의 리더십이 더없이 보고싶은 요즘이다.

/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임성훈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