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대입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확대 바람직한가

문철수

발행일 2017-09-13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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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3년동안 매년 반 바뀌어
희망진로 맞춤형 교육 불가능
‘학종’합격 목표 우수자 집중관리
나머지 학생 지원 기회조차 박탈
컨설팅학원은 학생부관리 대행
친구들을 경쟁자로 만들어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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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철수 한신대 교수
이번 주가 2018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기간이다. 전국 197개 4년제 대학에서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수시 원서를 접수 중이다. 올해 대입 전체 모집인원(34만9천776명)에서 수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도보다 3.5%포인트 상승한 74.0%(25만8천920명)에 달한다.

수시는 학생부중심전형(교과/종합), 논술, 실기 등으로 이루어지는데, 학생부중심전형이 정원의 86.4%(22만 3712명)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그런데 2018학년도 대입 수시의 경우, 교과 성적만 보는 학생부교과전형보다는 수상실적, 동아리, 봉사, 독서활동 등 비교과 영역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학종 전형'의 경우 단순히 교과 성적만 우수한 학생이 아니라 학업역량, 전공적합성, 고교시절 활동, 인성까지 고려해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학종'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학생생활기록부(학생부)와 자기소개서(자소서)를 제출하게 되어 있다. 학생부에는 학생들의 내신 성적은 물론 수상경력, 희망진로, 동아리와 봉사활동과 같은 창의적 체험, 독서활동, 행동특성 등을 포함한 '비교과 영역' 관련 모든 것을 기재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매년 다른 반을 맡아야 하는 교사들은 고등학교 3년 동안 학생들의 희망 진로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꾸준히 해주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학생들이 원하는 전공에 어떤 활동이 도움이 될지 정확한 정보도 없다. 결국 많은 학교들에서 교과 성적이 좋은 몇 몇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내상 밀어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특히 일반고의 경우 '학종' 합격을 목표로 1학년 때 우수 학생을 선발해 학교차원에서 집중 관리하고 있어, 나머지 학생들은 지원할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 또한 입학과 함께 학생부에 진로희망사항을 기재하게 되어 있는데, 3년 동안 일관성 있게 진로희망을 기재하는 것이 유리하게 되어 있어 학생들은 진로희망이 바뀌어도 대입 전형에서 불이익을 당할까봐 그대로 밀고 나간다고 한다. 이처럼 한창 자신의 미래를 꿈꿔야 할 청소년들에게 고등학교 입학 시부터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교육적인 처사라 볼 수 없다.

이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이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는 '학종' 컨설팅 학원에서는 고등학교 입학 전부터 학생과 일대일 면담을 통해 진로를 정해주고,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 소상한 계획을 알려주는 등 학생부 관리를 대행해 주고 있다. 교과 성적 위주로만 학생들을 선발하는 폐단을 해소하고, 사교육이 줄어들 것으로 상상했던 '학종'이 또 다른 사교육 시장을 양성하고 있는 것이다. 자소서 문제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현재 수시는 최대 6번까지 지원이 가능한데, 자소서 역시 고가로 대리 작성해 주는 업체가 성업 중이라 하니, '학종'이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또 다른 '금수저 전형'으로 변질되고 있는 현상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교과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러나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학종'이 현실과 맞지 않다면 바로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대학 입시를 치르는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이 정시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많은 교육 전문가들도 수시와 정시의 비율이 균형을 이루어야 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데, 대학입시제도는 무엇보다 공정성과 신뢰성이 확보된 평가가 전제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지금의 '학종'은 학교친구 모두를 경쟁자로 만들어 버렸다. 그런데 '학종' 자소서 공통문항에 '학교생활 중 배려, 나눔, 협력, 갈등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를 들어보라'는 문항이 있다. 과연 교육현장에서 진정 친구들 간에 배려와 나눔을 실천한 친구가 합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문철수 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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