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욜로' 스타일을 돌아본다

김창수

발행일 2017-09-13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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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나 남이 아닌 '현재 자신의 행복' 위한 삶
과소비로 생활비 충당위해 노예노동에 '허덕'
'하나뿐인 내인생' 찰나주의로 즐기는건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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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7년의 대한민국은 욜로 열풍으로 뜨겁다. 욜로 라이프는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 핵심 키워드로 선정될 정도이다. 욜로(YOLO)라는 말은 '인생은 한 번뿐이다'를 뜻하는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로, 미래 또는 남이 아니라 '현재와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여 소비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말한다. 욜로족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지상과제였던 내 집 마련, 자녀교육, 노후 준비가 아니라 지금 당장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취미생활, 자기계발 등에 돈을 아낌없이 쓴다.

극단적 현세주의의 뿌리를 한국 문화의 특성에서 찾을 수도 있겠으나, 그 직접적 토양은 '헬조선'으로 풍자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암울한 지표들이다. 청년실업과 비정규직의 증가로 불완전 고용률은 계속 늘어만 가고 있다. 저금리로 무의미해진 저축, 너무 올라 '내집마련'의 꿈조차 어려워진 주택가격, OECD 회원국 중 최고의 청소년 자살률과 같은 지표들은 청년세대들이 불확실한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현재의 만족을 추구하는 삶의 양식으로 기울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열풍의 지속성은 미지수이다. 새로운 생활양식으로 자리잡기도 전에 여가산업의 사냥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욜로 마케팅의 심리전략 : 인생은 한번 뿐이니 마음껏 지르세요! '욜로의 이름으로' 개인을 호명하고 욕망을 선동하면 욜로의 '지름신'들은 '감읍하며' 응답한다. 마케터들은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에서 1인용 식음료에 이르기까지 고급화 전략으로 '욜로들'의 소비심리를 충동하고 있다.

소비지향적 욜로 스타일은 부작용을 동반하게 마련이다. 과소비로 인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더 많이 일해야 한다면 '한번 뿐인 인생'은 여가비용을 위한 노예노동으로 허덕이게 될 것이다. 욜로족의 삶은 본인의 희망과는 무관하게 관광산업이 조장하는 욕망의 포로가 되고, 일상은 자본의 새로운 영토, 내부 식민지로 바뀐다.

개인주의가 문제가 아니다. 다만 자기에 대한 진정한 배려는 가족과 이웃 그리고 사회와 같은 '확장된 자아'에 대한 배려와 무관치 않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면, 불완전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모두는 하나를, 하나는 모두를'(All For One, One For All)을 배려하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식을 위해 일하는 부모,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땀 흘리는 자원봉사자들은 보람을 느낀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부모와 친지와 이웃과 학교와 사회는 물론 자연의 일부와도 그물처럼 연결된 공동체의 일원이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식의 찰나주의는 삶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소모하고 탕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이 불가역적인 흐름에서 '현재'만을 분리해 낼 수 없다. 오늘 밤이 새면 '내일'은 오늘이 되고, 계절이 지나면 내년이 올해가 된다. 내일 때문에 오늘을 저당 잡힐 수는 없지만, 내일 몫까지 오늘 탕진하는 것은 곤란하다. 무엇보다 문화자본이 디자인한 라이프스타일이 내 인생일 수는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삶의 질을 높이는 대안적 여가와 독창적 생활양식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하나 뿐인' 내 인생을 그만그만한 욜로 스타일, 욜로 상품의 소비로 대신할 수는 없지 않은가?

/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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