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영화 산책·(12)반 고흐 인 차이나]자본에 채색된 세상, 고흐를 동경한 그림공장 화가

공지영 기자

발행일 2017-09-21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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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하게 성장한 모사품시장 이면
자신만의 꿈 찾으려 애쓰는 주인공
희망·절망 오가는 생생한 삶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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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쪽, 선전시 다펀마을은 1989년에 생긴 세계에서 가장 큰 유화촌이다. 고층건물이 즐비한 도심 속 눈부신 경제성장 이면에 화가들이 살고 있다.

1만명도 넘는 이 화가들은 척박한 조건에서 '짝퉁'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다. 그린다는 표현보다, 가내수공업으로 생산한다는 것이 더 잘 어울리는 그들은 서양 유명화가의 모조품을 생산해 세계 각처 박물관 인근의 기념품 가게로 보낸다.

'반 고흐 인 차이나'는 중국의 경제성장 이면의 낯선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고흐의 그림을 그리는 주인공 쟈오 시아오용은 이 바닥에서 제법 잔뼈가 굵다.

20년 가까이 그렸지만 한번도 고흐의 진품을 보지 못했다. 그의 소원은 고흐의 진품을 보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존경과 경탄을 안고 우여곡절 끝에 반 고흐의 자취를 찾아 유럽으로 떠났다. 여행 중에 그는 프랑스 아를에서 꿈에 봤던 반 고흐를 대면한 듯한 착각마저 한다.

이 여행으로 그는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를 실행하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한 것. 첫 작품으로 그는 어머니의 초상화를 그린다.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 학업을 제대로 마치지 못한 그에게 의미 있는 출발이다.

감독은 화려한 도심 이면의 낯선 직업을 통해 중국인의 삶 속에 깊숙이 침투한 서구적 가치의 형국을 포착한다. 주인공의 내면에 있는 희망과 절망을 통해 그 낯빛을 생생하게 목격한다. 주인공은 굴욕과 명예, 자부심과 열등감, 꿈과 악몽의 극점을 수없이 오간다.

목구멍으로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가 하면, 경탄에 들뜬 눈빛, 굴욕이 깃든 얼굴 표정이 여과 없이 전달된다. 어마어마하게 모사품을 생산해내는 중국의 유화 시장과 그 안에서 자신의 진정한 꿈을 찾으려 애쓰는 개인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제9회 DMZ국제다큐영화제를 통해 22일과 26일 메가박스 파주출판도시와 메가박스 백석에서 상영된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DMZ국제다큐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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