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직의 여시아독(如是我讀)]'도시침술'이라는 상상력

고영직

발행일 2017-09-18 제13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2017091701001105300052331
고영직 문학평론가
'도시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해결책이다.' 브라질 도시계획가 자이미 레르네르(Jaime Lerner)는 '도시침술'에서 문제가 아니라 해결책으로서 도시를 상상하며 '도시침술'이라는 새로운 도시재생 전략을 제시한다. 도시침술(urban acupuncture)이란 어두운 골목을 밝히는 가로등, 특별한 기억을 담은 공원 벤치 같은 작은 요소를 통해 도시 생활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 '최소한의 개입'을 의미한다. 아픈 부위에 침을 한 대 놓아 낫게 하듯이, 우리 사는 도시 또한 침술이 지닌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자이미 레르네르가 197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인구 180만 명의 브라질 쿠리치바 시장을 세 번 지내고, 파라나 주지사를 두 차례 역임하면서 이러한 도시침술의 방법을 통해 '꿈의 도시 쿠리치바'를 만들어온 주역이라는 점에서 신뢰할 만하다. 도시의 중추신경을 잘 파악하여 문제가 있는 부위를 정확한 침술로 소생시킨 것이다. 오늘날 쿠리치바가 2003년 파나마시티와 더불어 아메리카 문화수도로 선정된 데 이어, 세계적인 창의도시 또는 존경의 수도라는 별칭을 갖게 된 데에는 재미와 장난의 요소를 결합해 도시침술이라는 독특한 시정철학을 바탕으로 한 창조도시 프로젝트를 적절히 수행해온 것이 한몫한 것이다. 쿠리치바가 삶의 질, 쾌적성, 편의성, 정주성이 높은 공동체형 문화도시의 전형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저자가 브라질 쿠리치바를 비롯해 세계 각지의 도시를 여행하고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느낀 자신의 소감을 적은 핸드북에 가깝다. 그러나 이 책의 행간에 스며 있는 메시지는 결코 단순한 실용적 팁에 머물지 않는다. 한마디로 말해 '도시는 사람이다'라는 메시지를 줄기차게 주장하는 책이다. "도시의 기억은 오래된 가족사진과 같다"라든가, "도시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는 게 도시침술의 핵심이다"라는 진술에서 여실히 확인할 수 있으리라. 로마클럽 보고서인 '성장의 한계'(1972)를 집필한 도넬라 메도우즈가 쿠리치바를 '희망의 도시' '시민을 존경하는 존경의 수도' '웃음의 도시' 같은 애칭을 붙인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이 책을 읽을수록 도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줄 아는 능력이야말로 리더의 조건이라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도시 경쟁력 강화 및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도시재생뉴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도시 활력 제고를 위해 구도심과 노후 주거지 등을 도시재생뉴딜사업 대상으로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5년 간 50조원이 투입되는 도시재생뉴딜 사업에 대해 시민사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다수의 지자체 단체장과 지역 주민들의 경우 여전히 도시재생뉴딜 사업을 '길이 뚫린다, 물길이 열린다, 땅값이 오른다'식의 마인드로만 접근하려 하기 때문이다.

'도시침술'은 '도시는 사람이다'라는 관점이 어떻게 솔루션화할 수 있는지 예시한다는 점에서 꼭 읽혀져야 하는 책이다. 미국 사회운동가 제인 제이콥스가 한 말은 다시 한 번 강조될 필요가 있다. "꿈의 도시를 설계하는 일은 쉽다. 하지만 살아 있는 도시를 재건축하려면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 책과 더불어 2007년 테드(TED) 강연을 같이 감상하면 더 흥미진진할 것이다. '도시의 노래'를 부르며 흥겹게 춤추는 자이미 레르네르 같은 리더가 더없이 그리워서일지도 모르겠다.

/고영직 문학평론가

고영직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