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창간특집

[경인일보 창간 특집, 동행]패러글라이더 백진희… 비상할 때 필요한 것

"추락하는 두려움 넘어야 하늘을 나는 즐거움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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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으로 체고 진학 무산후 방황
태국서 '비행경험'뒤 마음 다잡아
체력보다는 멘탈 50~60대 선수도

초보자·선수는 오히려 사고 안나
중급자 실력 과신했을때 위험해
비행중엔 안전만 생각하며 집중

내년 아시안게임서 금메달 목표
동호인 남편과 부부 국가대표 꿈
후원 많아져야 좋은 선수들 배출




"대회 출전을 위해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아들을 마지막으로 보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지만, 시합할 때 집중하면 모든 것을 잊게 됩니다. 더해서 1등으로 들어가면 너무 기쁘고, 남자 선수들과 비슷하게 들어가면 그 기분은 최고가 됩니다."

패러글라이딩은 패러슈트(낙하산)와 행글라이더의 특성을 결합한 것으로, 별도의 동력장치 없이 바람에 몸을 실어 활공하는 스포츠이다. 패러글라이딩 크로스컨트리(장거리 비행) 종목은 이륙한 후 지정된 타스크(목표지점)를 돈 뒤, 착륙 지점에 빨리 도착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정밀착륙은 예정된 지점에 얼마나 정확하게 착륙하는지를 겨루는 종목이다. 1986년부터 국내에 보급되기 시작한 패러글라이딩은 내년에 열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에 채택되면서 국내에서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봄의 하늘은 거칠고, 여름에는 햇볕이 강하지만, 고도는 많이 올라가지 않는다. 반면, 가을 하늘은 깨끗하며 고도도 많이 올라간다. 겨울은 깨끗하지만 춥다."


항공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느끼는 계절별 하늘이다. 항공 스포츠에서 하늘은 야구의 필드이며, 축구의 그라운드이다. 경기력에 직결되는 요소인 것이다. 그만큼 항공 스포츠는 자연환경과 잘 어우러져야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다. 초보 딱지를 떼려면 4계절을 겪어봐야 한다는 항공 스포츠계의 격언도 이를 강조한 내용이다.

3개월 전 여성 패러글라이더 백진희(39·인천시패러글라이딩협회·사진)씨는 올해 패러글라이딩 국가대표에 선발됐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6월 29일자 15면 보도) 백씨는 2012년 국가대표 발탁 이후 3년 후인 2015년 재발탁됐으며, 올해까지 3년 연속 국가대표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그는 국내 패러글라이딩 장거리 부문에서 여성 신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용인 정광산에서 전북 진안까지 직선거리 155㎞를 5시간 43분 동안 무동력으로 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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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육상 단거리 종목 선수였던 백씨는 어린 시절 부상으로 인해 좌절을 겪었다. 그 여파로 인해 삶의 의욕을 잃었던 백씨를 패러글라이딩이 일으켜 세웠다.

"운동 중 부상을 당해 체육고등학교 진학이 무산됐어요. 이어서 친한 친구 2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일도 겪었고요. 오랜 기간 방황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20대 초반 우연찮게 태국 여행을 갔다가 보트를 이용해 비행을 하는 패러세일링을 경험했습니다. 당시 '이거다'라는 느낌이 들었죠. 부상 여파로 인해 많은 체력을 요구하는 운동은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으니까요. 귀국해서 알아보니, 당시 국내에서 패러세일링은 다소 생소한 종목이더군요. 대신에 보다 저변을 갖췄던 패러글라이딩에 입문했습니다. 적금을 깨서 550만원으로 장비를 구입했고요. 패러글라이딩 덕분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백씨는 2001년 패러글라이딩을 시작했으니, 이제 17년 차다. 2002년 경북 문경에서 열린 대회에서 처음으로 여자부 1위를 차지한 이후 꾸준히 입상권에 들어왔다.

"패러글라이딩은 체력이 필요한 스포츠라기 보단 멘탈 스포츠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나이 제한도 없고, 50~60대 국가대표 선수들도 있습니다. 현재 국가대표에서도 제가 가장 어린 축에 속합니다. 비행 중 선수들은 오로지 안전만을 생각하면서 비행에만 집중하죠. 빠르면서 정확하게 가야 하기 때문에 마음도 조급해지고요."

국내·외 패러글라이딩 선수들은 남자가 다수다. 비율로 보면 남자 선수가 10이면 여자 선수는 1.3~1.4 정도 된다. 아무래도 위험하고 아찔한 순간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정밀착륙 종목에서 선수가 당하는 부상은 골절 정도이지만, 장거리 비행에선 선수가 사망에 이르는 사고가 간혹 납니다. 대회 출전을 위해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아들을 마지막으로 보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지만, 시합할 때 집중하면 모든 걸 잊게 됩니다. 더해서 1등으로 들어가면 너무 기분 좋고, 남자 선수들과 비슷하게 들어가면 그 기분은 최고입니다. 전반적으로 초보자와 선수들은 사고가 잘 안 납니다. 중급자들이 자신의 실력을 과신했을 때 사고가 잘 나는 것 같아요."
 

이어서 자신이 겪은 아찔했던 순간도 밝혔다.

"네팔에서 열린 대회였어요. 시합 중 산 정상에 불시착해서 캄캄한 밤에 20㎏이 넘는 장비를 메고 네 시간을 걸어 내려온 적도 있습니다. 글라이더가 접히거나 텐션이 깨지면 자이로드롭을 타는 것 같은 느낌으로 하강할 때도 있는데, 이런 두려움을 극복해야 다음 시합에 나갈 수 있습니다."


인천 창간 특집 페러글라이딩 백진희씨62

백씨의 목표는 내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다. 또한, 오랜 시간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고 싶다는 바람도 갖고 있다.

"나이가 더 들더라도 계속해서 즐기고 싶어요. 추후 올림픽 종목에도 채택될 거고, 올림픽 메달도 따고 싶습니다. 그리고 현재 동호인 활동을 하고 있는 남편과도 같이 경기에 나서고 싶고요. 아직 부부 국가대표는 없습니다."

이어서 장거리 비행 기록 경신에 대한 목표는 막연하게만 갖고 있다고 했다.

"아시안게임을 비롯해 주로 대회 위주로 비행을 하기 때문에 장거리 비행을 언제 도전하겠다는 이야기는 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햇볕을 받으면 땅에서 올라오는 아지랑이가 모이는 공간을 서머리라고 해요. 그 공간에 진입하면 초당 2m나 10m 등 상승하는데, 그런걸 찾아 올라가서 3천m 상공에서 직선 비행을 하면서 내려갔다가 올라갔다가하면 오랜 시간, 먼 거리를 갈 수 있죠. 장거리 비행은 오로지 배풍만 받으면서 가게 되는데, 시합은 정풍, 직풍, 배풍 등 모든 바람을 이용해서 규정된 코스로 다녀오는 것이라 비행 성격이 다릅니다. 요즘은 선수들과 함께 시합과 똑같은 상황을 만들어서 연습하기 때문에 장거리 비행 형식은 취하지 않게 됩니다."

끝으로 국내 패러글라이딩 저변 확대를 위한 바람도 밝혔다.

"외국처럼 선수들의 지원이 어느 정도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선수용 장비는 1년 쓰면 교체해야 하는데, 크로스컨트리 장비는 800만원, 정밀착륙 장비는 300만원에 이르는 고가 장비들입니다. 국내 젊은 선수들이 없는 것도 이러한 금전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협회와 기업의 후원 등을 통해 좋은 선수들이 많이 배출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패러글라이딩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파라포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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